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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땐 강제 기업분할 … 재계 “위헌적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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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다 적발된 대기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분할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강력한 대기업 제재 대책이 새누리당에서 마련됐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인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금지법’이다. 이는 기업인의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형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1호 법안’에 이어 대기업 총수를 조준하고 있다. <중앙일보>7월 16일자 1, 4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의 이종훈 의원은 25일 이 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임의 나머지 회원 23명은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개인회사를 설립해 정식 계열사들의 일감을 독점적으로 따옴으로써 손쉽게 이익을 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법은 총수 일가가 회사를 만든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계열사 편입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목적의 회사는 새로 계열사로 포함되는 걸 아예 막겠다는 취지다.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가 계열사로 있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인식은 정부도 새누리당과 같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을수록 그런(일감 몰아주기) 유혹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의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공정 행위가 적발될 경우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식 처분이나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위반행위 중지명령과 같은 현행법의 시정조치가 실효성이 약하다며 강력한 제재조치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대책이 ‘대기업 때리기’로 흘러간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철행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기업이 내부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할 목적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감별해 계열사 편입을 막는다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나 마찬가지”라며 “결국 사주나 그 가족은 계열사에 투자하지 말라는 얘긴데, 그렇게 되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징금 부과를 뛰어넘은 강제 기업분할과 같은 조치에 대해선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경제의 토대가 되는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을 몰수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자본주의 경제에서 실제로 추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종훈 의원은 “헌법에는 재산권 조항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 조항도 있다”며 “서로 다른 조항이 충돌하면 두 개를 서로 조화시켜야 하는데 지금은 경제민주화 조항이 더 앞서는 때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얘기는 납득이 안 된다”며 “일감 몰아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 통념”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대책은 앞으로도 대기업 규제에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때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판단에 맡기더라도 신규 부분은 규제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던 박근혜 후보는 24일 당 경선 토론회에선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해야 된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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