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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인딩 포레스터(2000)

중앙일보

입력

천재작가로 추앙받는 인물중엔 기인이 많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지은 JD 샐린저를 예로 들어볼까. 그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꺼려했으며 은둔생활을 선호했던 작가로 알려진다. 나이차가 많이나는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결국 이혼했다. 이혼 당시 그의 아내는 "정신적 학대"를 이혼사유로 내세웠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으로선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영화에서도 천재에 관한 영화는 적지 않다. '아마데우스' 같은 영화도 한 음악천재와 평범한 인물의 대립을 통해 빛나는 재능을 지닌 이에 관한 질투심을 이야기하지 않던가. '파인딩 포레스터'는 한 문학천재와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흑인소년의 우정을 다루는 영화다. 너무나 다른, 그리고 다르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우정을 쌓고 문학을 매개로 사제지간이 되는 이야기다.

흑인 소년 자말은 농구에 재능이 있어 인근 명문 고득학교에 장학생으로 스카웃된다. 우연히 방에 은둔하는 한 남자를 만나는데 알고보니 그는 윌리엄 포레스터. '천재'로 추앙받는 작가다. 포레스터는 자말에게 남다른 문학적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둘은 친구사이로 발전한다. 포레스터는 방황하는 자말에게 이따금 조언을 하고 자말은 자폐적인 성격의 포레스터를 다시금 세상과 만나도록 하면서 우정은 점차 깊어진다. 하지만 어느날 자말이 수업시간에 제출한 글이 표절시비에 오르면서 자말은 곤란한 처지가 된다.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역시 배우 숀 코네리. 오랜 시간동안 은둔생활을 해온 대문호를 연기한 그는 영화제작을 겸하기도 했다.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탄탄한 드라마이며 문학에 토대를 둔 영화"라는 것이 숀 코네리가 '파인딩 포레스터'를 제작한 이유라고 한다. 영화에서 숀 코네리라는 배우가 과시하고 있는 카리스마는 은은하면서도 굉장하다. 얼핏 보기에 길거리를 방황하는 소년 같은 흑인 소년 자말에게 그는 늘상 오래된 작가들의 시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글쓰는 법을 직접 가르치고 세상을 사는 법에 대해 교훈을 들려주기도 한다. "글짓기 대회에 나가본 경험은 있나요?"라는 소년의 질문에 "딱한번. 퓰리쳐상을 받을때"라고 답할만큼 대단한 문학적 경지와 지적인 능력을 갖춘 인물을 연기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배우 숀 코네리는 윌리엄 포레스터라는 대문호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사람의 실존인물처럼 느껴지게끔 한다. 그만큼 숀 코네리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탁월한 구석이 있다.

영화는 '굿윌 헌팅'과 흡사한 점이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재능을 지닌 사람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말이다. 감독도 겹친다. '아이다호'와 '굿윌 헌팅' 같은 영화를 만든 바 있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영화에서 탄탄한 드라마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윌리엄 포레스터와 자말이라는 소년에 대한 인물에 대한 설명을 대사나 상황에 의지하지 않고, 그들이 사는 공간을 세심하게 비추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예컨대 윌리엄 포레스터가 살고있는 오래된 집, 그리고 서재에 가득 들어차있는 고전들, 그리고 그가 늘상 바깥 풍경을 지켜보는 창문 등을 영화에서 강조함으로서 인물의 고독감, 세상과의 단절 등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영화에서 구스 반 산트 감독이 흑인소년 자말이라는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이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이 소년에 대해 감독은 따스함과 연민을 담아 그의 고통스런 성장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이런점에서 성장과 청춘의 모티브를 지닌 영화를 수려하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평론가 로져 에버트는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파인딩 포레스터'는 '여인의 향기' 같은 영화와 비교할 수 있는 구석도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근래에 나온 할리우드 영화 중에선 드물게, 매혹적인 캐릭터가 강조되는 영화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출연했던 F 머레이 아브라함이 이번에도 남의 재능을 의심하고 곤경에 처하게하는 학교 교사로 출연하는 점도 흥미롭다. 약간은 작위적인 부분도 있고, 조금 뻔한 구석도 있는 영화지만 '파인딩 포레스터'의 매력적인 대사와 캐릭터들은 다른 단점 앞에서 잠시 눈감도록 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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