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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름이 비극 여기서 끝나게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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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남 통영 초등학생 한아름(10)양의 비극엔 우리 사회 그늘진 소외 아동들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가정과 지역 사회의 보살핌이 절실한 아이들이 오히려 흉악 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마을 주민들은 아름이를 ‘배곯는 아이’로 기억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일 나가고, 새어머니는 가출한 아름이는 등굣길 마을 버스를 기다리다 이웃에 사는 성범죄자가 내미는 손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자가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이를 차에 태우고 범행 장소를 물색하러 다니는 소름 끼치는 일들이 언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아름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성범죄로부터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과 지혜를 모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지역 사회와 학교의 돌봄 기능을 점검해봐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역 사회의 사회복지기관의 복지사들과 학교 교사들이 소외 아동에 대해 정보를 교류하며 이들이 거미줄 같은 관심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외국처럼 아이 홀로 등교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상급학년 학생이 아이들을 인솔해 학교에 등교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하교 뒤 부모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아이 홀로 집에 남겨져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학교가 방과후 수업 등의 방법으로 돌봄 기능을 맡아야 한다. 아름이가 당한 일이 남의 아이의 일이 아닌 내 아이의 일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도록 지역 사회와 학교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아이들의 주변에 어떤 성범죄 전과자가 배회하는지 알 권리를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장해줘야 한다. 아동·청소년 대상의 성범죄자는 2000년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19세 이상 성인 대상의 성범죄자는 2011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각각 신상 공개가 가능하다. 성인 대상 성범죄자가 다시 아동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므로 범죄 예방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 역시 성범죄자 신상 공개를 허용한 법률 시행 이전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신상 공개 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법 해석을 내렸다고 하니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각각 성인 대상 성범죄자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정보를 관리하고 있으나 이를 일원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부처가 각각 성범죄자를 관리해서야 범죄 예방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소외 아동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일이야말로 국민 소득 2만 달러를 넘는 우리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다. 아름이의 비극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