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원 회원 윤영자ㆍ전뢰진씨 나란히 조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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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각의 선구자인 윤영자(尹英子ㆍ77) 씨와전뢰진(田雷鎭ㆍ72) 씨가 거의 동시에 개인전을 갖는다(연합뉴스 3일자와 8일자 참조). 이들의 전시회가 더욱 눈길을 모으는 것은 둘다 예술원 회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예술원 미술분과 소속 조각가는 이들 외에 백문기(白文基ㆍ74) 씨가 더 있다. 예술원 회원 조각가가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개인전을 여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국여류 조각의 선구자인 석주(石洲) 윤영자 씨는 자신의 50년 조각세계를 정리하는 회고전을 1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마련할 예정. 이번 전시회에는 석주미술상의 역대 수상자들이 작품을 내어 빛을 더한다.

윤씨는 초기에서 근작까지 모두 50여점의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출품작은 대표작인 <율(律)><애(愛)><기다림> 등 높이 2m의 대작에서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그의 작품세계를 일별해볼 수 있다.

조각가 윤효중 씨와 윤경렬 씨에게서 조각을 사사한 윤씨는 홍익대에 미술학부가 창설되던 1949년에 이 대학에 입학해 여류조각의 서막을 열었다. 50년대와 60년대같은 시대상황에서 여성작가가 조각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결의없이는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브론즈나 대리석을 주재료로 사용해 지극히 부드러운 곡선의 여인상과 모자상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전뢰진 씨는 원로조각가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작가로 지난해와 올해제작한 11점의 작품으로 통산 일곱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12일부터 5월 4일까지서울 청담동 쥴리아나 갤러리. 출품작은 <해중유영><낙원가족><사랑과 믿음><하늘 나들이> 등 동화적 순수가 느껴지는 조각들이다. 이중 바다를 헤엄치는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는 <해중유양>은 작품 내부에서 아름다운 불빛이 새어나오도록 만들어져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를 계기로 출품작의 드로잉도 공개돼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전씨는 국내 미술계에 석조조각의 새 지평을 열었던 인물. 지난 54년부터 81년까지의 국전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등 내실의 과정이 치열해 미술계의 귀감이 돼왔다.

이번 출품작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과 자연의 순수한 본질미와 평화의 세계를추구해온 그는 전통조각의 우아한 선을 되살려 내어 순진무구한 동심적 조형 세계를대리석으로 일궈냈다. 그는 지난 99년 경인여자대학에서 7점의 작품으로 고희전을연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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