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탈출구 찾는 벤처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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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벤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자금력이 있는 벤처업체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의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결합도 두드러진다. 사내 특정사업부를 분사해 몸을 가볍게 하려는 벤처도 늘고 있다.

◇ M&A로 덩치 키우기=오는 7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의 시행을 앞둔 인터넷 보안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인력과 자본금을 확보해야 '정보보호 전문업체' 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백신 제작업체인 안철수연구소(http://www.ahnlab.com)는 보안컨설팅 및 솔루션 업체인 한시큐어의 지분 1백%를 1백50억원에 인수했다.

2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고 있는 한시큐어는 보안컨설팅 및 종합관리 부문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마케팅 능력과 자금력에 한계를 겪고 있던 업체다.

안철수연구소는 종합 보안업체로 변신을 꾀하던 중 한시큐어의 기술력에 반해 회사를 인수했다.

안철수 사장은 "보안 컨설팅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책임져 5년 안에 세계 10위권의 보안업체로 도약하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정보보안업계에서는 STG시큐리티가 세이프인터넷과의 합병을 완료하고, 싸이버텍홀딩스(정보보안업체)가 침입탐지 시스템 전문 업체인 정보보호기술의 지분 25%를 확보해 대주주가 되는 등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김화성 전자팀장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정보보안업계가 최근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수직-수평 계열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 말했다.

◇ 동종업계 온-오프라인 결합=온라인 교육 서비스업체인 ㈜이아카데미홀딩스(http://www.eacademy.ac)는 오프라인 입시교육 업체인 ㈜에듀스타를 합병했다. 이아카데미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자사 브랜드를 가지고 종로학원이나 대성학원 같은 학원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인력 아웃소싱 업체인 '구하니' 는 골드뱅크로부터 취업 포털사이트 스카웃(http://www.scout.co.kr)의 지분 51%를 14억7천만원에 인수, 인터넷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 분사로 몸을 가볍게=인수.합병과는 반대로 벤처기업 내 특정사업부를 아웃소싱 형태로 분사해 경영효율을 높이려는 업체도 많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아이즈비전(http://www.bmtc.co.kr)은 사내 벤처인 '트리비즈' 를 분사,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결혼정보 사이트.여성포털 등으로 구성된 트리비즈는 온라인 공동 구매사업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원격교육시스템 업체인 영상정보통신은 기획마케팅본부를 세움커뮤니케이션이라는 법인으로 독립해 관련 회사 홍보를 맡도록 했다.

대기업의 소사장제를 본뜬 벤처도 등장했다.

솔루션업체인 라스21(http://www.las21.com)은 경영지원을 포함한 회사의 모든 사업 부문을 소기업 형태로 나눠 사업부장에게 전권을 주는 등 독립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라스21의 임갑철 대표는 "직원의 책임감과 사기가 높아지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 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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