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 오히려 외교자산 … 평화를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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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얀 멜리슨(52·왼쪽) 교수와 니컬러스 컬(48·가운데) 교수, 김우상(54·오른쪽)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좌담을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대중이 좋아하는 사람을 모두 외교관으로 활용하라, 중국과 일본 사이의 이점을 활용하라, 파괴력 있는 문화로 평화 메시지를 전파하라…. 공공외교 분야 석학 얀 멜리슨(네덜란드) 안트베르펜대 교수와 니컬러스 컬(미국) USC 아넨버그스쿨 교수가 19일 본지와 좌담회를 하면서 한국이 소프트파워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제시한 처방전이다. 이들은 외교통상부와 중앙일보 후원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연 ‘한국공공외교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좌담회 사회는 김우상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사회=한국이 최근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충족한 나라)에 가입했다. 한국이 나아갈 공공외교 방향은.

 ▶멜리슨=전통적 중견국은 캐나다·노르웨이였다. 이젠 비유럽 중견국이 중요해지고 있다. 평범한 한국 남녀에게 물어보라. 한국의 특수성을 북한 문제와 삼성전자의 디바이스 등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에서 찾는다. 이게 한국의 파워다. 한국은 그 이웃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약점처럼 보이지만 강점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다문화 시대에 필리핀·베트남 등에서 온 이민족도 공공외교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컬=한 나라의 힘은 이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관리에서 나온다. 그러려면 잘 들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전혀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신뢰성 있고 대중이 선호하는 연사라면 누구든 외교관이다. 세계 각국에 대사를 두는 것보다 영국의 대사들처럼 한 주제에 대해 트위팅하는 등 SNS 소통도 한 방법이다.

 ▶사회=한류와 경제·민주화 모델이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코리아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컬=한국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감안해 중견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건 난센스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반도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을 때 한국이 이 이야기를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은 ‘평화와 재건’의 좋은 예다. 햇볕정책도 국제사회에선 거대한 소프트파워였다. K팝·드라마·태권도는 많은 국가가 부러워하는 문화지만 이를 통해 더 파괴력 있는 평화 얘기를 전달해야 한다. 인도처럼 위협적이지 않으면서 문화적으로 깊은 나라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멜리슨=세계는 일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중국에 대해서는 실망과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한국은 이런 이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한국이 진취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도 좋은 방향이다. 원조해 주면서 인권이나 민주화 등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베이징 컨센서스’도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원진 기자
이승권 인턴기자(조지워싱턴대)

◆공공외교=미 하버드대 조셉 나이 교수가 2004년 제시한 ‘소프트파워’를 전하기 위한 외교 행위. 지식·문화·민간 외교 등이 꼽힌다. 경제·군사 등 하드파워에서 최강국을 자랑해온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반미 세력과의 공공외교에 눈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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