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서 실종된 여성, 올레길 걷다 살해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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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2일 인터넷의 한 블로그에는 “미안해, 사랑해… 잘 가, 누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실종된 강모(40·여)씨의 남동생이 누나에게 보낸 편지였다. 그동안 강씨의 남동생은 블로그를 통해 “실종된 누나를 찾아 달라”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과는 달리 실종된 지 8일 만에 강씨의 손목과 신발만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시 구좌읍에서 발견된 손목과 신발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 강씨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강씨의 손목이 들어 있던 신발은 20일 오후 2시30분쯤 만장굴 입구의 버스정거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강씨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고 범행 추정 장소에 있었던 인물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강씨가 실종된 장소와 손목이 발견된 곳이 18㎞나 떨어져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용의자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실종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신체 일부와 신발을 놓고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원오 제주경찰청 수사과장은 “신발에 흙이 많이 묻어 있는 점으로 미뤄 올레길을 걷다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혼자 제주도에 온(11일) 강씨는 12일 오전 7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의 숙소를 나선 뒤 실종됐다. 당시 강씨가 걸어나갔던 올레 1코스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강씨는 12일 오전 7시38분과 8시12분에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한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이날까지 연인원 1800여 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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