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개과천선 재석이, 악덕 기획사에 펀치 날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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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고정욱 지음, 애플북스
224쪽, 1만1800원

고정욱 작가의 두 번째 청소년 소설. 고씨는 이름 자체가 흥행 요소가 되는 유명 동화작가다. 75만부가 팔린 『가방 들어주는 아이』를 비롯, 『아주 특별한 우리 형』『안내견 탄실이』 등은 초등생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1급 소아마비 장애를 이겨낸 그의 삶 자체가 주는 감동도 그의 이름값을 더욱 높이고 있다.

 2009년 발표한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는 그가 처음 쓴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는 청소년 소설도 동화처럼 썼다. 문제 청소년 재석이의 개과천선 과정을 보여주면서, 온갖 갈등이 일시에 해결되는 환상적인 결말을 선택했다. 폭력서클에서 빠져 나왔고, ‘얼짱’소녀 보담이의 남자친구가 됐고, 경제적인 도움을 줄 후원자도 생겼다. 어른 독자에게는 유치하게 비칠 법한 마무리지만, 청소년 독자는 좋아했다. 청소년 문제를 다루면서, 그 해법을 꿈처럼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5만 부가 팔렸다.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역시 전작의 동화식 작법을 따르고 있다. 주인공은 여전히 재석이와 보담이다. 그런데 이번엔 보담이가 문제를 일으키고, 재석이가 해결사가 된다. 연예인병에 걸린 보담이가 악덕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그러다 ‘돈 좀 대주고 못된 짓 하는 스폰서’에 걸려들고…. 하지만 뭐가 걱정이랴. 공자님 부럽잖은 인격자로 거듭난 재석이가 보담이를 위해 왕년의 주먹실력을 발휘한다. 이번에도 청소년 독자들은 완벽한 해피엔딩의 카타르시스에 빠져들 듯싶다. 대학진학이 지상 목표인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외국 작품에선 읽을 수 없는 우리 아이들만의 얼굴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여름방학에 앞서 허겁지겁 책을 출판한 흔적일까. 몇몇 대목에서 어이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모파상의 『목걸이』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오 헨리의 『목걸이』”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출판사 측은 “수정 스티커를 제작해 초판 5000부의 해당 페이지에 붙이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123쪽, 173쪽 등에 스티커가 붙어있는지 확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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