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입국 심사 빨리 좀" 요청하자 데려간 곳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모든 승객이 승무원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덧 제주에 도착해 있다. 최종 승자에겐 항공권이나 모형 비행기 등을 선물로 준다. 오른쪽 사진은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기내에서 끝내는 기내 입국서비스. [사진 제주항공·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난 장모(28·여)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입국심사대 직원들이 자리를 비워 승객들이 마냥 기다려야 했던 것. 10여 분 뒤에 나타난 직원들은 잡담하고 웃으며 느릿느릿 입국심사를 진행했다. 장씨가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빨리 해달라”고 부탁하자 심사원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장씨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데리고 갔다. 안절부절못하는 장씨와 남편을 놔두고 딴전을 부리던 직원들은 30여 분이 지나서야 장씨의 입국을 허가했다. “우리를 재촉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해외여행객이라면 까다로운 입국심사 때문에 속상한 적이 한두 번쯤은 있다. 신혼여행이나 휴가를 떠나 이처럼 난처한 일을 겪으면 더욱 당혹스럽게 마련이다.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www.garuda.co.kr)이 국내 최초로 기내 입국서비스인 IOB(Immigration on Board)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IOB는 기내에 인도네시아 법무부 직원이 동승해 방문객들의 입국에 필요한 모든 수속을 미리 마무리해 주는 것으로, 현지 도착 후에 비자 발급이나 여권 확인 없이 단시간 내에 입국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서비스다. 입국 수속을 끝마쳤다는 의미의 ‘Immigration Clearance Card’를 제출하면 심사대를 바로 통과할 수 있다. 하늘 위에서 입국심사를 끝낸 셈이다. 항공사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발리와 자카르타·롬복 등 인도네시아를 찾는 여행객들이 “입국 수속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의사 소통도 쉽지 않다”고 불편을 호소하자 이 같은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하늘에서 즐기는 인터넷. [사진 에미레이트항공]

 항공사들의 서비스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항공사를 포함해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70여 군데나 되면서 경쟁이 심해진 까닭이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1만m 상공에서 마술쇼를 펼치기도 하고 승객의 깜짝 생일파티나 결혼기념식도 열어 준다. 이처럼 땅에서의 즐거움을 하늘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는 파티나 이벤트는 물론 ‘가려운 데만 골라 긁어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속속 등장했다. 부모 없이 혼자 비행하는 어린이들을 승무원이 꼼꼼히 돌봐주는 ‘플라잉맘’ 서비스, 비행이 곧 업무의 연장인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기내 무선 인터넷’ 서비스, 승무원과 함께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이나 ‘기내 패션쇼’ 등 다채로운 기내 서비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스마트족 위해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기내에서도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승객들을 위한 ‘기내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은 서울·부산~뮌헨 구간, 서울~프랑크푸르트 구간에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름 속에서도 e-메일과 문자 전송이 가능하고 인터넷 접속도 된다(1시간 10.95달러, 24시간 19.95달러).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기내에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7.5달러, 노트북은 15달러로 비행 내내 이용할 수 있다.

 가족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눈에 띈다. 대한항공은 홀로 여행하는 어린이를 출발부터 도착까지 챙겨주는 ‘플라잉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내 담당 승무원이 만 5~13세 미만 어린이 승객의 음료, 수면, 건강 상태 등 기내 생활을 모두 돌봐준 뒤 보호자에게 인도한다. 많은 부모가 홀로 항공 여행을 하는 어린이들을 두고 걱정한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아이를 보살핀 승무원이 보호자에게 편지를 써주는 등 고객 감동을 실현해 2007년엔 기내 서비스 부문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또한 7세 미만 어린이를 둘 이상 동반한 여성 승객과 70세 이상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가족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발부터 항공사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지에서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 등을 대신 작성해 준다. 김포·인천공항에서부터 미국(괌 제외)의 공항들과 런던·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프라하·모스크바·취리히 공항 등에서 제공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패밀리 서비스 역시 취항 전 노선에서 입국심사까지 직원들이 동행한다.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때 미리 신청하면 된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인천~두바이 구간 탑승객에게 유모차를 대여하고 기내에서는 아기 요람을 설치해 준다. 몸무게 11㎏ 미만, 키 70㎝ 미만인 유아 동반 승객이 편리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하늘 길 싸게, 더 싸게 … 특가 서비스

 여행이 천 냥이면 항공권이 구백 냥. 성수기 항공권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지만 잘 살펴보면 저렴한 것들도 꽤 있다.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은 인천~발리 노선과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편도 10만원’이라는 파격가로 할인 판매한다. 8월 10~16일에 출발해 8월 26~31일에 귀국하면 왕복 20만원에 티켓을 제공한다. 출국은 이코노미석으로, 귀국은 비즈니스석으로 할 경우 81만5000원, 왕복 비즈니스석은 110만원이라는 특가를 제시했다. 10일 이상 장기 여행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제주항공은 일본 노선 왕복항공권을 구입하면 동반 1인 티켓을 얹어주는 ‘1+1 항공권’을 판매한다. 인천·김포~나고야는 왕복 19만원, 인천~후쿠오카는 왕복 17만원으로 두 명이 여행할 수 있다(유류할증료와 공항이용료 제외). 또한 다음 달 11~26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맥주축제 기간에 인천~칭다오 왕복항공권을 9만9000원에 특가 판매한다(유류할증료 및 공항이용료 제외). 에어부산도 부산~마카오 취항 기념으로 7월 20일~8월 31일 왕복 24만9000원을 제시했다.

 하와이에 갈 땐 하와이안항공을 이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천~호놀룰루 구간 왕복항공권을 구매하면 하와이주 내에선 왕복이 한 번 무료다.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일이 잦은 하와이 여행객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다. 터키항공 역시 인천~이스탄불 구간을 이용하면 국내선은 유류세와 공항세 정도만 부담하고 이용할 수 있다. 마일리지는 아시아나항공에 적립할 수 있어 실속파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지루할 새 없는 특별 비행

 비행의 첫 번째 재미는 기내식. 기내식에 따라 항공편을 정하는 승객도 적잖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한 항공사들의 노력도 뜨겁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김치찌개와 비빔밥을 비롯해 궁중정찬, 곤드레나물밥, 낚지볶음을 내놓기도 했다.

 긴 비행의 지루함을 달래줄 하늘 위 마술쇼도 펼쳐진다. 아시아나항공은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주 등 9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 노선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사이판·푸껫 등 구간을 중심으로 기내 마술쇼를 연다. 각국 전통의상을 입은 승무원들이 현란한 기술을 펼친다. 아시아나항공은 또한 장거리 노선 이용객 등을 대상으로 마스크팩을 제공하고 네일 케어와 메이크업을 해 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마술쇼는 물론 어린이 승객에게 풍선으로 강아지·꽃·칼 등 다양한 장난감을 만들어 준다. 승무원과 함께하는 가위바위보 게임도 흥미진진하다.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가위바위보를 해 최종 승자에겐 선물도 준다. 지난해에는 왕복 항공권을 경품으로 내걸어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을 위해 기내 스파 시설과 전신 거울, 침실 등을 준비하고 있고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승객들을 대상으로 와인과 위스키, 간단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도 마련했다.

채윤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