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부양 위한 증시개입 근본효과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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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지자 정부가 `전가의보도’를 뽑아들었다.

4일 열린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연기금의 주식매수확대와 증시투자에 대한 세제혜택확대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 `증시활성화대책’이 또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정책이 현재와 같은 장세에서 과연 얼마나 `약효’를 낼 수 있을지에 회의적 견해를 내비쳤다.

기본적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는 이미 수년전부터 증시가 약세를 보일때마다 나온 `단골 메뉴'인데다 지난 2월의 청와대 증권사 사장단 오찬모임에서도 발표된 바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 역시 이미 지난해 말 근로자 주식저축제 부활을 통해 구체화됐지만 연초 반짝장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효험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이탈한 유동자금을 재흡수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이다.

▲연기금 투자여력 얼마나 되나 = 지난 2월 청와대 증권사장단 오찬모임을 통해 발표된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방침은 현재 11% 수준인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 주식편입비율을 2∼3년내 2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8조원 수준인 연기금의 주식편입규모가 25조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 정부의 추산이며 우선 연내에 최대 6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기본적으로 미국 증시침체, 국내경기부진, 환율급등 등 대내외 악재에 겹겹이 포위된 서울증시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우선 그같은 방침이 당장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데다 연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과 현재의 장세를 고려할 때 무리한 투자는 필연적으로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손실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올 한해 3조원의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기로 했으나 이같은 목표액에도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 주식운용전략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확대에 대해 “증시상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정규모를 다 채우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자금중 상당수는 투신권에 유치하게 돼있고 이 자금은 일정비율(현재 60%)의 주식편입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뿐 실제 운용은 일임돼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매수확대는 심리적 효과에 그쳐 = 이같은 장세 및 운용여건에서 연기금으로 증시를 부양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맥쿼리IMM자산운용의 이창훈 상무는 “아직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연기금의 추가투입은 심리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그 경로는 투신사를 통할 수밖에 없고 빨라야 4월중에나 바닥을 확인할텐데 펀드매니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히 대규모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기금의 직접매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상무는 “연기금이 대규모 자체매입에 나설 경우 단기간으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증시가 연기금의 직접매수로 급격히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증시부양은 경기회복과 구조조정 = 현재와 같은 경기여건에서 증시의 무리한 부양은 힘들며 오히려 역작용과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증시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신영증권의 장득수 리서치부장은 “과거부터 정부의 독려로 자금을 투입해 실시했던 경기부양은 항상 부작용을 낳아왔다”며 이같은 가능성을 지적했다.

장 부장은 “미국경기가 V자형 회복시 5∼6월, U자형 회복시 금년말 혹은 내년초에나 경기바닥을 찍고 증시도 반전이 가능하다”며 “외국인들도 현재 한국, 홍콩, 대만외에는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어 당분간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같은 과정을 통해 증시에 저가메리트가 발생할 경우 자연적으로 증시회복이 가능한데 그 시가를 앞당기거나 효과를 확대하기 위한 직접 부양책은 무의미하다고 장 부장은 지적했다.

특히 장 부장은 “최선의 부양은 정부개입을 자제하고 대신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에 힘쓰는 것”이라며 “무리한 매수정책을 취할 경우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팔고 나갈 기회만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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