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500선 장중붕괴… '한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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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가지수 500선이 장중 붕괴된 3일 증권사 객장에서는 `한 숨'소리만 들렸다.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520선이 전날 무너진데 이어 500선마저 장중 붕괴됨으로써 시장의 불투명성은 더욱 짙어졌다. 500선은 작년말의 주가 수준이다.

문제는 시장 붕락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 엔화 움직임과 미국 반도체지수 추이에 국내 증시가 완전히 묶여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미국과 일본쪽만 쳐다보는 `천수답증시'는 지속될 전망이다.

◆해외요인의 포로가 된 국내증시=최근 주가 하락의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 침체에따른 미국 반도체지수 하락과 엔화가치 급락세에 있다. 강도를 따지자면 엔화값 급락이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 원화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하락하면 금리상승과 물가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은 올 해 3조원 정도를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 1월과 2월에 주로 이뤄졌고 당시 지수는 570선 안팎의 궤적을 그렸다.

따라서 당장 외국인이 `팔자'에 나설 우려는 없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원화가치하락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신 대유리젠트 이사는 원화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외국인들은 손절매 여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등세의 금리도 주가엔 악재다. 금리와 주가는 서로 반대쪽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뛰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끊김은 물론 있던 자금도 유출된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같은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악화도 국내 증시의 목을 죄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에따라 춤을 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D램반도체의 가격 회복 기미에 힘입어 지난달 20일 이후 연 5일 상승하며 21만7천원까지 올랐으나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악화 소식이 계속되면서 27일 이후엔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업체의 실적악화는 미국 증시에 타격을 가해 전날 다우.나스닥이 동반하락했고 나스닥은 1782.97에 마감, 신저점을 찍었다.

◆지수 마지노선은 480=이날 오전 장중 500선이 붕괴됨으로써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거나 환율불안이 해소되지 않는한 지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창중 LG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00선이 무너진이후의 지수는 지지선이 480에서 500선 사이에 걸쳐있다면서 이 지수대를 유지하면 주식시장의 반등시기는 2분기이내로 앞당겨질 수 있겠지만 저점(480선)을 깨고 추락할 경우 회복시기는 더 늦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아직도 60-70% 정도는 480-500선이 지켜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소 지수는 작년 10월31일 장중 483까지 밀린적이 있으나 종가기준으로 500선이 무너진 적은 없었다. 작년 1년간 장중 500선이 무너진 적은 7차례 있었으나 그때마다 종가는 500선을 회복했다.

김석중 교보증권 이사는 일시적으로 지수 500선이 붕괴돼 480선 정도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으나 추가 악재가 터지지않는한 전체적으로 오는 6월까지는 480-570선의 박스권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가치하락이 계속되고 미국 경기의 바닥 확인이 늦어질 경우 480선 지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않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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