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지도부가 ‘하투(夏鬪)’를 벌이면서 엇갈린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최근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민주통합당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박상철 위원장은 이달 초 몸담았던 통합진보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대선 정국을 겨냥한 노동계의 이합집산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한국노총 이 위원장은 16일 산하 지역본부·산별연맹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곧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사퇴 조건으로 정치 지침(민주당 지분 참여) 유지, 현 임원들의 잔여 임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 산별 대표는 전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말 조합원 90만 명의 거대 조직인 한국노총을 이끌고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후 반대파의 조직적 불참으로 2월 정기대의원대회가 창립 66년 만에 무산되는 등 내홍에 시달렸다. 4·11 총선 뒤에는 일부 지역·산별 대표들이 이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임기를 1년6개월이나 남겨둔 이 위원장이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더 이상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치적 지분을 보장받으며 당 최고위원직으로 옮겨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노동계 해석이다.
하지만 한국노총 내 갈등은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노총 홈페이지 익명 게시판은 조합원들의 찬반 게시글로 도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공식 거론될 27일 임시대의원대회 때 이 위원장 지지·반대 세력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박 위원장이 제출한 통합진보당 탈당계는 아직까지 수리되지 않고 있다. 이지안 당 부대변인은 “강기갑 대표가 직접 박 위원장을 만나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탈당계를 제출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소문이 무성했다. “박 위원장이 과거 민족해방(NL)계열이 장악했던 진보당 대신 제 2노동자 정당 창당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노동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은 엄밀히 말해 현재 창당을 준비 중인 민중민주(PD)계열과는 정치노선이 다르다”며 “대선을 앞두고 진보당 대신 다른 정치적 연대세력을 찾으려는 실용적 행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