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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송송 난 여섯 수학왕 돼 돌아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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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첫 1위를 달성한 대표단이 귀국 직후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률·김동효·문한울·박성진·박태환·장재원군. [강정현 기자]

“아빠와 놀면서 수학을 접했던 게 수학에 흥미를 갖는 데 큰 계기가 됐습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사상 첫 종합 1위를 달성한 수학대표단 장재원(서울과학고 3년)군은 18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일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장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회사원인 아빠와 놀이하듯 수학의 개념을 익혔다. ‘2x+4y=8’이라는 연립방정식을 설명하면서 다리가 두 개인 사람(x)과 네 개인 강아지(y)가 있는데 모두 합친 다리 수가 8개일 때 사람은 몇 명이냐는 식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사상 첫 종합 1위이자 참가자 전원 금메달 획득이라는 큰 성과를 거둔 한국 고교생 수학 대표단 소속 6명의 학생들이 밝힌 비결은 ‘즐기는 수학’이다. 이들에게 수학은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

 박성진(서울과학고 2년)군도 마찬가지다. 박군은 누나와 같이 놀이를 하면서 처음 수학을 접했다. 이른바 ‘학교놀이’였다. 네 살 많은 누나 박선영(20·서울대3)씨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동생을 앞에 두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박군에게 가르쳤다. 누나는 선생님, 동생은 학생 역할의 ‘학교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레 수학을 배웠다. 초등학생이 된 뒤에도 박군은 중학생 누나를 졸라가며 상급 수학을 배웠다. 중학생이 되자 박군은 당시 과학고에 다니던 누나의 수학 실력을 앞질렀다고 한다.

  어머니 이영혜(48)씨는 “재미있게 수학을 접하다 보니 저절로 잘하게 된 것 같다”며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교육은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첫 올림피아드 출전에서 전 세계 참가자 중 개인 순위 2위를 차지한 대표팀의 막내 김동률(서울과학고 1년)군은 “원 없이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었던 지난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맏형인 박태환(서울과학고 3년)군은 “전 세계 학생들과 함께 겨뤘던 대회 경험은 평생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다른 비결을 공개했다. 학교의 독특한 교육 방식이다. 6명의 대표팀 중 5명(나머지 한 명은 세종과학고 2년 문한울)이 다니는 서울과학고는 남다른 수학교육법을 갖고 있다. 두 명이 짝을 이뤄 1년 동안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김동효(서울과학고 3년)·박태환군은 지난해 ‘수열과 변형 함수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50쪽짜리 보고서를 쓰기도 했다. 김군은 “1년간 직접 자료를 찾고 수십 번 토론하며 자율적으로 공부했던 것이 수학적 사고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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