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낙하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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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로 출범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이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임기 3년의 초대 원장 임명을 놓고 출판계가 반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27일 문을 여는 출판진흥원의 초대 원장으로 이재호(58·사진) 동아일보 출판편집인을 임명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이 원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동아일보 정치부장·국제부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동아일보 출판편집인을 맡아왔다. 출판진흥원은 기존의 간행물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기구다. 출판물 수출, 출판인력 양성, 출판 인프라 구축 등을 맡게 된다

 이날 인선이 발표되자 출판인들은 ‘출판계의 10년 숙원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형두)와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고영은)는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출판문화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일천한 인사를 임명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비상임 이사로 함께 임명된 출판인 정은숙(마음산책 대표)·박영률(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씨 등 세 명은 임명을 거부키로 결정했다.

 출판인회의 고영은 회장은 “출판진흥원 출범은 10년 전부터 출판계가 추진해온 숙원 사업”이라며 “위기에 처한 출판계에서 활로를 모색하려 했는데 출판계 활동이 거의 없었던 인물이 원장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출판인회의는 19일 전체 이사회를 열고 문화부에 공식 항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출판인들은 이번 인선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출범식을 코앞에 둔 시점에도 장관이 원장 임명을 계속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원장과 함께 진흥원을 이끌 비상임 이사들에게는 16일 임명 통보가 끝났지만, 원장은 18일에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영국 문화부 미디어정책국장은 “5월 10일부터 공고를 내고 5명의 응모를 받았고, 서류심사·면접을 한 뒤 장관에게 모두 추천했다. 신임 원장은 대외 업무능력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이재호 신임 원장은 “동아일보 출판국에서 3년 4개월간 근무하면서 단행본 200여 권과 신동아·주간동아 등을 만들었다. 내가 출판인이 아니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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