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선정방식 변경, 청와대 사전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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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시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비리와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채(李錫采) 전 정보통신부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법 418호 법정에서 영장전담 한주한(韓周翰)판사 심리로 1시간30여분간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은 변호인신문에서 "개인 휴대통신 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균 배점방식은 점수가 같을 경우 사업자를 추첨하는 등 정부에 아무런 정책이 없다는 인상을줄 수 있었고 투명성도 보장할 수 없었다"며 "1차 서류심사 결과에서도 삼성과 현대의 컨소시엄인 에버넷과 LG텔레콤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선정방식의 변경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사업자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배점방식 변경의 필요성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다"며 "김 전 대통령도 선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자 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청문심사 직전 심사위원들에게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경제력 집중의 폐해와 기업경영의 도덕성 등을 강조한 이유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당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사정에 대한 설명이었지 특정업체를 배제하라는 말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PCS사업자를 장비업체와 비장비업체로 나눈 이유에 대해서도 "업체의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사업자 선정방식"이라며 "사업자분류와 청문심사 방식의 변경 모두 실무자들의 건의에 따라 협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측 변호인은 "PCS사업자 선정방식 변경은 이 전장관의 평소 소신과 철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사법당국이 정부 책임자의 정책적 판단과 결정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하게 되면 앞으로 정부의 소신있는 정책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검 수사관 2∼3명에 둘러싸여 모습을 드러낸 이 전장관은 계속된 조사로 약간 피곤한 표정으로 두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입정했다.(서울=연합뉴스) 차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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