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노선 기내식 공급업체 '하코'를 가다

미주중앙

입력


미주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하코` 직원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3월 인천-프랑크푸르트노선에 김치찌개를 내놓아 호평받은 후로 기내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98년 대한항공이 내놓은 비빔밥 메뉴가 기내식으로 히트를 친 후, 김치찌개는 국적 항공사가 개발한 또 하나의 대박 메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치찌개는 아직 테스트 단계라 미주노선 고객들이 맛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섭씨 영하 40도가 넘는 3만 피트 공중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맛보는 따끈한 김치찌개의 맛이라니,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도대체 비좁은 기내 어느 곳에서 그렇게 맛있고 뜨끈한 국물의 김치찌개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기내식은 어떻게 준비되고 또 제공되는 지, 지난 9일 아시아나의 미주노선 기내식 공급업체 '하코(HACOR)'를 찾아, 궁금증을 풀어봤다.

◆기내식 제조는 이렇게

공장을 둘러 보는 동안 '하코'의 김기동 총괄매니저와 토무 오다와라 이사가 동행했다.

웨스턴과 아시안 키친을 차례로 지나는 동안 위생복 차림의 직원들이 부지런히 채소를 다듬고 완성된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었다. 접시에 담겨진 음식들은 이웃한 콜드 키친으로 옮겨져 포장 작업에 들어갔다. 포장을 마친 핫푸드나 콜드 음식들은 '블래스트 칠러'라는 냉장 보관실로 곧바로 옮겨졌다. 블래스트 칠러에서 음식 온도가 화씨 41도(섭씨 5도)로 내려갈 때까지 2시간 정도 보관된다. '핫코'측은 항공사들의 요구로 핫 푸드는 3일 샌드위치 같은 차가운 음식은 2일 내에 소비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내식의 비밀

평균 12시간 이상 걸리는 미주노선 기내식은 보통 비행기 이륙 후 1시간30분에서 2시간 경과 후 서빙된다. 6시간 쯤 되면 스낵타임(주로 샌드위치)이 있고 도착 2시간 전에 마지막 식사가 제공된다. 기내식 중 핫 푸드는 처음부터 손님에 서빙될 때를 고려해 조리된다.

스테이크의 경우 미디엄 레어로 요리된 후 비행기에서 오븐을 이용해 미디엄이나 그 이상으로 요리되는 식이다. 식사량이나 칼로리도 지상에서 먹는 것보다 적은 것도 특징이다. 기내 기압이 높아 체내 위장 내 공기가 평소보다 20% 이상 부풀기 때문에 양껏 먹으면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장과 부기장은 식사 때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다. 혹시 음식으로 인해 무슨 일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다.

◆"아시아나 메뉴는 으뜸"

"아시아나 비빔밥은 맛이나 색깔 면에서도 최고다."

일행에게 공장을 설명하던 오다와라 이사는 콜드 키친에서 포장된 비빔밥을 들어 보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다와라 이사는 "핫코가 납품하는 9개 항공사 중 아시아나는 다른 항공사들보다 퀄리티가 높은 재료를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시아나 미주지역본주 상용판매관리부 수잔 박 차장은 "아시아나는 기내식과 관련해서는 비용 보다는 질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측은 기내식 메뉴를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바꾼다고 했다. 제철 채소나 과일이 함께 서빙될 수 있도록 조절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는 미주노선 일반석에 지난 1일부터 8월 말까지 여름철 특별 건강식으로 삼계찜을 제공하고 있는 데 이 역시 다른 항공사와는 차별되는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했다.

하코는?
420명이 하루 최대 1만5000인분 생산

LA국제공항(LAX) 인근에 자리잡은 하코는 1986년 설립됐다. 아시아나를 포함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로 향하는 9개 국제항공사에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다. 부지 9만2000스퀘어피트, 공장 6만3000스퀘어피트 규모로 420명의 직원이 하루 최대 1만5000인분까지 생산할 수 있다.

공장은 크게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포장하는 콜드키친, 식기 세척실, 베이커리실, 식자재 및 용기 보관창고 등으로 구분되며, 완성된 음식을 비행기까지 실어 나르기 위한 운송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방은 다시 한국, 중국, 필리핀 음식을 만드는 아시안 키친과 웨스턴 키친,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할랄(HALAL)'키친으로 나뉜다. 할랄은 '허용된 것'이란 의미로 이슬람 세계에서 법으로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글·사진=김문호 기자 moon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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