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의 쿠데타’ … 구글 여걸 CEO로 영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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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메리사 메이어

야후가 구글의 30대 여성 부사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스카우트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기세에 벼랑 끝으로 몰린 야후가 스타 여성 CEO를 내세워 위기 극복에 나서려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원조 인터넷 황제’ 야후의 ‘쿠데타’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야후가 영입한 메리사 메이어(Marissa Mayer·37) 부사장은 구글 안에서도 실세로 꼽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메이어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의 여성 파워는 더 거세지게 됐다. 현재 CEO로 활동 중인 휼렛패커드의 멕 휘트먼과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 그리고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대변인 셰릴 샌드버그도 실리콘밸리 내 스타 여성 임원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메이어는 구글 사번 20번으로 구글의 단순한 홈페이지 디자인을 만든 주역이다. 게다가 구글 내에서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에게 직접 자문하는 핵심 경영진에 속한다. 지금은 1000명이 넘는 매니저를 거느리며 구글 맵, 구글 어스, 스트리트 뷰 등 구글의 위치 및 지역 서비스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메이어가 전도유망한 구글을 박차고 나와 가라앉아 가는 야후 호에 승선한 데는 구글 내 파워게임과 개인적 야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2010년 말 메이어를 위치 및 지역 서비스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직후 남자 수석부사장을 추가로 임명해 메이어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기울어가는 회사이긴 하지만 야후의 CEO가 되는 게 메이어에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그는 NYT와 인터뷰에서 “야후가 인터넷 업계에서 최고의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만큼 결정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야후의 강점인 e-메일과 금융·스포츠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어가 야후 호의 선장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1년 동안 야후는 CEO를 네 명이나 갈아치웠다. 그만큼 야후 구조개편 작업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메이어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신이 맡은 부서만 관리해봤을 뿐 야후처럼 거대한 조직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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