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 '얼굴 없는' 고액기부] '아내 명의 후원금' 관련자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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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여야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주부와 그 남편, 그리고 해당 의원들과 직접 통화해 해명을 들었다. 일부 대기업 임원은 자기 이름 대신 아내 명의로 신고한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부분 친척 또는 동문은 자발적인 마음에서 후원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연락이 닿은 당사자들과의 통화 내용. 나머지는 취재팀의 거듭된 요청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주부 A씨(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에게 300만원 기부)="(기자가 정치자금 기부 사실을 묻자) 전혀 모르는 일이다. 의원이 누군지도 모른다."

◆주부 H씨(남편은 현대그룹 부장, 여당 의원에게 200만원 기부)="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애국하는 마음으로 기부하게 됐다. 남편은 (기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조신 SK텔레콤 전무(부인이 한나라당 이혜훈.최경환,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에게 모두 900만원 기부)="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라 선거철에 즈음해 내가 개인 자격으로 기부한 것이다. 아내 명의로 된 것은 별생각 없이 시킨 것이다. 회사와는 무관하다."

◆김규택 수성구청장(부인 L씨가 한나라당 의원에게 200만원 기부)="아내가 돈을 낸 줄 몰랐다. 아내에게 확인하니 지역 친구들이 돈을 모아 후원금을 내달라고 맡겨 의원 사무실에 이를 접수했는데, 직원의 사무 착오로 아내 이름으로 접수됐다고 하더라."

◆양창현 교육인적자원부 부이사관(부인 L씨가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에게 200만원 기부)="아내가 후원금을 낸 사실을 모른다. 이 의원은 교육부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알고 있다. 이 의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는 말해 줄 수 없다."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SK텔레콤 대표이사와 현대카드 상무 부인 등에게서 각각 300만원씩 기부받음)="SK텔레콤 부회장이 고교(전주고) 선배라 잘 안다. 현대카드 상무 부인은 잘 모른다. 아마 동문인 것 같다. 언론이 너무 엄격하게 안 봤으면 좋겠다. (제도의) 틀 안에서 돈을 낸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정치문화가 많이 깨끗해졌는데 여전히 국민이 불신할까봐 걱정된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SK텔레콤 전무 부인에게서 300만원 기부받음)="부인과 남편을 모두 잘 안다." 한편 부인이 장관출신 국회의원 두 명에게 600만원을 건넨 한 장관의 측근은 "장관부인이 의원들을 오래전부터 잘 아는 만큼 정치자금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탐사기획팀>
강민석.김성탁.강승민.김호정.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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