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10억 타낸 간 큰 탈북자들, 나이트 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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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 경찰관이 탈북자들의 보험사기에 동원된 진단서·통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탈북자 배모(28·여)씨는 4년 전 함께 탈북한 그의 고모(54)로부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고모는 배씨에게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탈북자는 한국에 들어오기 전 병력과 사고 기록 등을 보험사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입에 아무 장애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여러 곳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고모는 “관절염 같은 병을 치료한다고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미면 보험금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바로 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생활비도 벌고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무직인 남편과 자신, 딸의 명의로 모두 12군데 보험사에 가입했다. 월 보험료로 111만원이나 내야 했지만 가족들이 하루만 입원 치료를 받아도 65만원의 보험금을 타낼 수 있었다. 배씨는 허위 입원을 거듭하며 2007년부터 최근까지 36차례에 걸쳐 총 1억4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배씨는 보험금을 탈 때마다 꼬박꼬박 환치기 브로커에게 수수료 30%를 건네고 돈과 쌀을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보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허위로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배씨 등 탈북자 2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탈북자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급여비를 부당 수령한 혐의(사기 등)로 병원장 김모(71)씨 등 병원 관계자 6명과 보험금 일부를 북한에 송금해 준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중국동포 한모(49)씨 등 환치기 브로커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허위 입원하는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총 10억4000만원을 타냈다. 입원 명목은 위염·기관지염·요통 등 가벼운 질병이었다. 한 가족이 22개의 보험에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탈북자들 중 일부는 입원 기간에 나이트클럽·사우나 등을 수시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금액을 주로 생활비로 썼지만 일부는 환치기 브로커를 통해 북한의 가족에게 보냈다.

 충북 보은의 한 병원은 탈북자들을 입원시킨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떼 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급여비 등 명목으로 1억5000여만원을 받았다. 입원을 가장하기 위해 가짜 진료기록과 간호일지를 작성했다. 이에 대해 병원장 김씨는 “환자들이 아프다고 해서 정당한 치료행위를 한 것일 뿐 절대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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