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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화양극장 … 오늘 마지막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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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1일 문을 닫는 서울의 마지막 단관극장인 서대문 아트홀. 윤정혜 대학생 사진기자(후원 : Canon)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단관극장인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이 문을 닫는다. 극장 측은 “11일 오후 1시 영화 ‘자전거 도둑’ 상영을 끝으로 폐관한다”고 10일 밝혔다.

 이 극장은 1964년 서울 미근동에 707석 규모의 ‘화양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당시 최신 영화를 개봉하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80년대 ‘천녀유혼’ ‘영웅본색’ 등의 홍콩 영화를 주로 상영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천녀유혼’ 개봉 당시에는 주연 배우인 왕조현·장국영이 이곳을 찾아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서울 시내에 복합상영관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98년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꾸면서 낮에는 재개봉 영화를 상영하고 밤에는 시사회를 여는 컨셉트로 재기를 노렸다.

 2007년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용적률이 낮아 재개발 구역 지정이 취소되면서 자리를 지켰다. 이후 극장은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영화와 함께 연극·뮤지컬 등도 개최하는 ‘서대문아트홀’로 이름을 바꿨다.

2010년부터는 노인을 위한 실버 영화관으로 단장해 명맥을 이으려고 했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지난해 8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관광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서울시가 이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서대문아트홀은 11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이 극장의 마지막 영화인 ‘자전거 도둑’을 무료로 상영하기로 했다. 김익환 대표는 “극장을 지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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