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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헌재 공석 1년, 무능 정치가 빚은 재앙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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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0면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가 어제로 만 1년을 맞았다. 지난해 7월 10일 조대현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재판관 9명 중 한 명이 부족한 ‘8인 체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이란 주요 국가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무능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게 됐다.

 조 전 재판관 후임에 대한 추천권을 가진 민주통합당이 조용환 변호사를 후보자로 세운 건 지난해 6월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 변호사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임명 절차가 지연됐다. 결국 조 변호사 선출안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최근 민주당이 조 변호사를 재추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 변호사가 이를 고사했다.

 그러는 사이 헌법재판소는 중요 사건을 심리하지 못한 채 파행 운영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2010년 76건의 위헌 결정이 나온 데 반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절반 수준인 38건에 대해서만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가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하는 사건 결정은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2월 국회의장실에 이강국 소장 명의의 공개서한을 전달하고 지난달에는 사무처장을 보내 ‘위헌적 상황’의 해소를 촉구했다. 잘못된 법률이 헌재에서 걸러지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눈앞의 대통령선거에 정신이 팔려 적극적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능환 대법관은 어제 퇴임식에서 “저의 퇴임 일자는 이미 6년 전에 정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후임 대법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기는커녕 오늘에서야 인사청문 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대법관 후보자 4명의 임명제청안 처리가 원(院) 구성 지연으로 미뤄지면서 대법원도 공석 사태를 빚게 된 점을 비판한 것이다. 이제 많은 시민은 묻고 있다. 국회가 국가의 기본적인 시스템조차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면 대체 무엇을 위한 기관인가. 이것이 인재(人災)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