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전람회의 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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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1839~81) 는 1873년, 절친한 친구였던 건축가 빅토르 하르트만 추모전에 참석했다.

무소르그스키는 4백여 점의 출품작 중 '난장이' '옛성' '튈르리 궁전의 공원' '껍질이 붙은 병아리의 발레' '리모주의 시장' '카타콤' '닭발 위의 오두막집' '키예프의 대문' 등 수채화와 연필 소묘 10점을 피아노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 에 담았다.

1922년 라벨의 관현악 편곡을 보스턴심포니가 초연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 작품에 눈길을 두지 않았다. 가장 널리 연주되는 라벨의 편곡은 오리지널 악보에 숨겨진 색채와 표정.제스추어를 최대한 표출시켜 흑백사진을 컬러로 감쪽같이 바꾸어 놓았다. 오리지널 악보는 관현악곡의 피아노 스케치쯤으로 여겨졌다.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51년 카네기홀 데뷔공연에서 자신이 가필한 악보를 연주했는데, 이 역시 라벨의 관현악 편곡의 피아노 버전이었다.

91년 지휘자 레너드 슬래트킨은 여러 버전 중에서 몇 개씩 골라낸 '모음곡' 을 연주하기도 했다.

라벨 편곡으로는 프리츠 라이너 지휘의 시카고심포니의 57년 녹음(RCA) 이 압권이다. 시카고심포니홀의 현장감과, 박력과 섬세한 뉘앙스를 곁들인 금관악기의 활약 때문이다. 피아노 버전은 풍부한 색채를 곁들인 미하일 플레트노프의 녹음(EMI 버진) 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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