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전략없는 아이디어론 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주식은 사지 마라!"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최근 영국 BBC 방송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베조스는 “아마존 닷컴은 물론 인터넷 주는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너무 크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의 시장 변동성이 진정될 때까지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며 단기 투자자나 소규모 투자자라면 인터넷 주식에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아마존뿐만 아니라 야후 등의 대형 닷컴기업의 주식이 하락하고 대량 감원이 이루어지는 등 닷컴기업의 위기상황에서 나온 말이라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베조스의 경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아마존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초기 투자자들은 최소 5년 동안 배당금을 기대하지 마라” 고 경고 한 바 있다. 또 작년 4월 초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더욱더 인터넷 기업의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은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베조스가 이렇게 냉정한 말을 한 것은 그의 경력과 관련이 있다. 그 자신이 아마존을 창업하기 전 금융회사인 뱅커스 트러스트(Bankers Trust)와 D.E.쇼(D.E. Shaw&Company)라는 헤지펀드 회사의 펀드매니저로 일한 만큼 주식시장에는 상당히 밝은 편이다. 한 마디로 금융을 아는 사람이다.

베조스는 14세 때부터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직업을 꿈꾸어 왔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86년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월가로 진출해 하이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일을 수행하면서 자신만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94년에는 웹 인구가 매달 2천3백%씩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를 접한 후 온라인 판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품목 스무 가지를 정하고 그 중 다섯 가지 품목(서적, CD , 비디오,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 대해 철저히 시장 상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의 규모, 고객의 온라인 구매의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하여 도서를 사업아이템으로 선정한 후 직원 10명과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95년 7월에 아마존이라는 도서판매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아마존을 시작하면서부터 단기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인터넷 산업이 어차피 확장될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이제 아마존은 닷컴기업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많은 투자가들은 베조스의 이러한 행동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수익성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마존이 단기간의 수익성을 바라고 사업을 전개했다면 현재의 아마존은 소규모 업체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아직까지 전자상거래 분야는 사업성과를 수확하는 단계가 아니라 사업에 투자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상한 것은 그런 기업들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그의 말에서 그의 인터넷 관(觀)을 읽을 수 있다.

“비전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변화한다. 즉 비전은 확장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제프 베조스는 현재의 수익성보다 그가 초기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면서 보았던 매달 2천3백%씩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시장의 비전을 보고 있다.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지 마라”는 그의 말도 그래서 수익을 쫓아 이리저리 움직이는 성급한 투자자들을 비꼬는 것처럼 들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