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현정부 주택정책 '변죽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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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분당 신도시 파크뷰아파트 분양현장에는 수도권의 웬만한 '떴다방' (철새 중개업자)이 모두 몰렸다. 자격에 제한이 없어 청약금만 있으면 누구나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9년 4월 분양권 전매(轉賣)가 허용된 후 인기를 끌만한 아파트의 분양현장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이 북새통에 정작 실수요자들은 청약기회를 잃고, 분양열기와는 달리 막상 계약률은 낮아 주택업체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1일 '건설산업의 현안과 대책' 보고서에서 분양권 전매금지 해제 조치를 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키면서도 서민의 주거안정을 꾀한다는 현 정권의 주택.부동산정책이 겉돌고 있다" 고 지적했다.

정부가 98년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주택.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은 모두 11차례. 연구원은 "정책방향이 틀린 게 아니라 좀더 화끈하게 지원하지 못해 미적지근한 결과만 낳았다" 고 꼬집었다.

◇ 겉도는 서민 지원책〓정부는 그동안 서민용 주택정책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네차례의 세제.금융지원안을 내놨다.

새 집을 살 때 양도세를 면제하고 취득.등록세를 감면해주는 조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혜택 폭(국민주택 규모 이하 취득.등록세 25% 감면)이 작아 구매력을 회복시키기에 턱없이 모자랐고 기간도 99년 6월 말로 끝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정작 주택업체와 소비자가 취득.등록세를 이중으로 내는 조항은 개선하지 않아 분양가만 오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며 "양도세 등 부동산 거래 관련 세금을 손대는 게 효과적" 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주택기금 융자 확대조치는 주택업체의 자금난을 덜어주려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서민들에게는 혜택이 없었다. 임대주택을 입주자에게 분양할 때 적용되는 대출승계 이자율(연 7.5~9%)이 업체 지원용(연 3.0~5.5%)보다 지나치게 높은 것이 이를 반영한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업체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고 주택업체들이 덕본 것도 없다. 지나친 소형(전용 18평 이하)중심의 임대주택 확대방안은 수요자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해 빈 집이 많아졌고 업체는 그들대로 건설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경기 못살린 부동산정책〓준농림지 폐지에 대해 연구원은 "효율적인 토지이용을 위한 조치로 바람직하다" 면서도 "시기적으로 주택경기 활성화 정책과 충돌해 경기악화를 불렀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고 분석했다.

수도권에 택지를 공급할 대안이 없어 2~3년 후에는 주택공급 부족이 예상되며 준농림지를 가진 주택업체의 경영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사업협회에 따르면 업체들이 갖고 있는 준농림지는 경기도에만 1백50만평이다.

서울시의 재건축 요건 강화는 원칙이 없고 재산권 침해에 따른 민원발생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 잠실.개포동 등의 경우 아직도 재건축 추진방향을 잡지 못한 채 서울시와 주민간 갈등만 빚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태황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정책방향은 제대로 잡았으나 효과예측을 잘못해 주요 정책이 겉돌고 있다" 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세제 등의 지원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고 제시했다.

황성근 기자 hs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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