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PDA를 한번 누른다!

중앙일보

입력

“등기 우편물 왔습니다. 도장 가지고 나오세요.”

우편배달부가 벨을 누르면 가슴이 뛴다. 기다리는 소식이 있으면 그래서, 별다른 기대가 없는 날에는 또 그런대로. 허둥지둥 도장을 찾아서 우편물을 받아 돌아서는 순간까지 두근거림은 계속된다.

전화, e메일에 밀려 편지를 쓰고 받는 일이 점점 줄어간다. 편지함을 채우는 것은 홍보용 책자가 대부분. 가슴 설레는 편지를 전해주는 빨간 우체통과 우체부 아저씨는 낭만적인 추억 속에서나 떠오르는 한물 간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게 친절하지만 약간은 고루한 이미지의 집배원을 떠올리고 있다면, 등기 왔다고 벨을 누르는 집배원을 맞을 때 당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등기서류 대신 PDA(개인휴대 단말기)를 들고온 집배원은 PDA용 펜으로 기계 위에 사인을 하라고 당신에게 말할 테니까.

서울시 노원우체국에서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등기·소포 처리 업무에 PDA를 도입했다. 집배원들은 PDA에 배달할 우편물 목록을 등록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우편물을 받는 사람들은 도장이나 지장 대신 PDA에 서명을 하게 된다.

기계가 낯선 노인들의 경우에는 서명을 어려워하는 일도 종종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변화를 신선하고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배터리 수명, 내구성 등 PDA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수취인 불명이나 주소 이전 등 우편 업무와 관련된 종합적인 기능이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PDA를 도입한 우편배달은 IT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물류 서비스를 이루려는 우정사업본부의 야심찬 계획 중 일부일 뿐이다. 제 아무리 빠르기를 자랑해도 아직 오토바이 퀵 서비스는 사인할 영수증을 내민다. 진짜 ‘속도’를 내는 곳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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