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삼색토크, 여자〉, 30일 종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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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페미니즘 토크프로그램〈삼색토크, 여자〉(매주 금요일 오후 9시)가 오는 3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의 시시한 신변잡기적 이야기와 화려(?)한 '개인기'들만이 난무하는 공중파 방송사의 토크쇼 홍수 속에서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일관된자세로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접근해 일부 시청자의 박수를 받아왔다.

EBS가 지난 해 6월 공사로 전환하면서 여성전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따라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해 10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해 호주제를 비롯, 여성의 몸, 생활공간, 경제권, 남아선호사상, 동화 속의 고정된 성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남성 중심의 우리 사회에 대해 의미있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MC는 그룹 '송골매'의 기타리스트 출신이면서 근래에는 DJ로 활동하고 있는 배철수씨가 맡아 남성이 진행하는 페미니즘 프로그램으로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방송인 이지희씨, 웹진〈아줌마〉의 편집장 이숙경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씨가 고정패널로 출연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게스트로는 가수 신해철, 여성학자 오숙희씨, 재즈가수 윤희정 등의 유명인이출연하기도 했으나, 자신의 일을 갖고있는 평범한 여성들도 다수 출연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비록 다른 공중파 방송사의 9시 뉴스시간대에 편성돼 1%가 채 안되는 낮은 시청률에 머물러왔지만 종영소식이 알려짐에 따라 몇몇 골수팬들은 시청자게시판에 '모처럼 만들어진 수준있는 프로그램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전에 폐지되는것이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들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의 갑작스러운 폐지 결정은 소재가 고갈된 상태에서 제작비마저 충분치 못해 제작진이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김현주PD는 "이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던 여성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지한 접근의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며 "비록내부적인 문제로 지금 종영하게 되는 것이 아쉽지만, 오는 가을 개편때 꾸준한 준비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페미니즘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삼색토크, 여자〉마지막회에서는 그간의 방송내용들을 종합해, 우리사회에서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지나간 방송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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