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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모니터 "주말 오락프로 짜증 유발"

중앙일보

입력

공영방송의 주말 오후 버라이어티쇼가 시청자를소외시키는 구성과 진행으로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는 지난달 3∼18일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즐거워〉와 MBC TV 〈목표 달성 토요일〉을 분석한 모니터모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을조목조목 지적하며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목표 달성…〉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同居同落)' 코너의 경우 네티즌의 예상 탈락후보 투표라든가 게임의 승부가 실제 탈락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출연자들도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드러내며 이른바 '튀는 행동'을 일삼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실련 미디어워치는 "사소한 농담이나 은어는 물론 출연자의 심리상태까지 자막으로 보여주는 행태도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를 빼앗아 시청자들의 생각을 획일화시킨다"고 주장했다.

분석 대상이 된 〈목표 달성…〉의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과 '악동클럽' 코너의 1회분 자막사용 횟수는 각각 380회와 220회였으며 〈슈퍼TV…〉 '스탠드 바이큐'도 200회에 이르렀다.

'스탠드 바이 큐' 코너는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공익광고를 제작한다는 기획의도를 표방하고 있으나 99초 안에 한번의 NG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설정 아래 같은 장면을 20∼30 차례씩 반복, 시청자들도 지치고 출연자도 혹사당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도어맨이 들어준 외국인의 가방에서 '통아저씨'가 나와 무동을 타고 대사하기', '테마파크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인공호흡하다가 뺨 맞기', '칵테일 마시고 토마토 굴려 받아먹기', '파인애플 던져 받아먹기' 등은 신체적인 가학일 뿐아니라 공익과도 무관한 행위라는 것이다.

모창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개인기' 열풍에 대해서는 "연예인 고유의 색깔을퇴색시켜 자기 분야에 충실한 진정한 엔터테이너의 양산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고꼬집었다.

'악동클럽'에서 가수 오디션을 치르는 아이들이 노래 이외에 이른바 '개인기'를한가지씩 보여주는 것도 노래를 잘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KBS 1TV의 장수 프로그램 〈가족오락관〉은 출연자, 방청객, 시청자가 함께 참여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출연자 연령 구성도 다양해 온가족이 함께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는 "단지 스타 시스템에 의존해 츨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는 시청자를 철저히 소외된 바보로 만들 뿐 아니라 연예인들로 하여금 재능의 밑바닥을 드러내게해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하며 "시청자들이 단순히 화면을 응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참여해 즐거움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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