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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로 몰디브 인공섬 오가며 라운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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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19면

1 몰디브에 건설 예정인 인공섬 골프장. 섬 사이는 대형 아쿠아리움 같은 해저터널로 연결된다(예상도). 지구상 가장 비싼 골프장이 될 것 같다. 2 인공섬 골프장 조감도. [사진 코엔올 티우스 워터스튜디오] 3 남아공의 레전드 골프장. 400m 절벽 아래로 티샷을 한다. [사진 레전드 골프 리조트]

세계 최북단 골프장은 노르웨이 북부 트롬쇠에 있는 트롬쇠 골프클럽이다. 북위 69도로 미국 알래스카의 앵커리지(61도)보다 훨씬 북쪽이다. 북극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기는 5월에서 9월까지로 매우 짧지만 일단 시즌이 되면 하루 종일 골프가 가능하다. 6월부터는 24시간 내내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자정에도 태양빛을 차단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골프를 즐긴다. 노르웨이의 모든 골퍼는 규칙과 에티켓에 대한 강의를 들은 후에야 골프 코스에 나갈 수 있다.

지구촌 이색 골프장

최남단 골프장은 아르헨티나의 남극 탐험 베이스로 이용되는 우슈아이아에 있는 골프장이다. ‘세상이 끝나는 곳’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곳은 죄수의 유형지였던 도시다. 골프장도 죄수들이 만들었다. 공이 숲 쪽으로 가면 이곳 사람들은 “모노”라고 외친다고 한다. 모노는 스페인어로 원숭이라는 뜻이다. 이 추운 곳의 골프장에 실제로 원숭이는 없다. 그러나 골퍼들은 다른 아르헨티나 골프장에서 그러듯 “모노”를 외친다. 원숭이가 공을 페어웨이로 던져달라는, 행운을 달라는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코스는 인도와 파키스탄 접경에 있는 굴마르그 골프장이다. 해발 3730m다. 로열 캘커타에 이어 인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골프장인데 1970년대 피터 톰슨이 재설계했다. 외지인이 이곳에서 골프를 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고산병을 극복해야 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 지역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래도 오래되고 멋진 골프장이라 인도의 많은 대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산소가 적어 공은 끝없이 날아간다.

지구 최남단에 있는 우슈아이아 골프클럽. 척박한 환경이지만 눈부신 하늘과 만년 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지구의 극단에 있는 세 골프장 모두 아름답다.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다. 그 파란색과 우뚝 선 산맥의 만년설이 어우러진다. 트롬쇠 골프장은 노르웨이 그림엽서에 등장할 정도로 멋진 곳이다. 남아메리카 대륙 남쪽 끝에 자리 잡은 우슈아이아는 찰스 다윈이 탔던 비글 호가 항해한 비글 해협을 끼고 있다. 비글 해협 속 빛나는 보석 같은 곳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골프장인 굴마르그 골프장도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치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의 골프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에 있다. 해수면 아래 66m다. 여름 온도는 섭씨 55도까지 올라간다. 본래 여름에는 휴장이었는데 요즘은 땀 빼고 싶은 사람은 실컷 빼보라는 식으로 연다. 주위에 코요테가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나머지 3만1000여 개의 골프장들은 4개의 골프장 사이 어디엔가 있다. 다들 튀어보려고 한다. 아직 완공은 안 됐지만 가장 이색적인 골프장은 2015년 몰디브에 건설될 예정이다. 몰디브 쪽빛 바닷가에 인공 섬 몇 개가 세워지고 한 섬에는 몇 개의 홀이 들어간다. 섬과 섬 사이는 해저터널로 오갈 수 있다. 바닷속 풍경을 보면서 앞 홀 미스샷의 고통을 잊을 수 있다. 클럽하우스도 바닷속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해수면 상승으로 영토가 줄어드는 몰디브에 네덜란드의 인공 섬 건설사가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는 의미로 골프장을 만든다. 태양열을 이용한 무탄소 친환경 골프장으로 만들겠다는 자랑도 한다. 그러나 약 5800억원이 투입되는 지구상 가장 비싼 골프장이 된다. 이전의 가장 비싼 골프장보다 3배나 많은 돈이 들어간다. 인공 섬 골프장은 경기 불황 때문에 예정보다 좀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현존하는 골프장 중 사람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코스는 프랑스 보르도 인근의 이른바 자연주의 코스 라 제니 리조트다. 자연주의라는 말은 누드의 다른 표현이다. 이전까지 알몸 골프대회가 더러 있었으나 본격 누드 골프장은 이곳이 처음이다. 골프장은 ‘자신의 몸을 경외하라. 숨기지도 말고 너무 자랑하지도 말라’고 가르친다. 파3 홀 4개와 파4 홀 2개, 총 6개 홀뿐이어서 아쉬운 감이 있지만 알몸으로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이 골프장의 설명이다. 사진은 가족 외에는 찍을 수 없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감옥 속에 9홀짜리 골프장이 있다. 죄수들이 코스를 관리하는데 그들은 이곳에서 플레이를 할 수는 없고 외부인만 가능하다. 골프장은 교도소 치과의사가 설계했다. 신원조회를 위해 48시간 전에 반드시 플레이어의 명단을 제출한 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흉기나 탈출에 필요한 것들의 반입을 막기 위해 삼엄한 검사를 한다. 또 내부에 비상 상황이 생기면 플레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로컬 룰이 있다.

남아공에 게리 플레이어가 설계한 레전드 코스는 보너스 19번 홀이 파3인데 전장이 약 400m다.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의 고저 차가 약 430m다. 티잉 그라운드로 가려면 헬리콥터를 타야 한다. 프로 선수들은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치고 아마추어들은 드라이버를 써야 온그린이 가능하다. 볼이 그린에 떨어지려면 약 20초가 걸린다. 대부분의 골퍼는 절벽이 무서워 이곳에서 스윙을 할 때는 체중 이동을 하지 못하고 뒷발에 체중이 남는다.

태국 방콕의 돈 무앙 골프장은 두 활주로 사이에 18홀 골프 코스가 있다. 군 공항을 증설해 민간 항공기도 이용하게 했는데 군인들이 “우리 골프장을 빼앗아가지 말라”고 해서 활주로 사이에 골프장은 그대로 남았다. 비행기 소음으로 매우 시끄럽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상황이 생기면 위험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활화산 메라파이산 옆에 있는 메라파이 골프장은 가장 뜨거운 골프장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옆에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해발 800m에 위치했고 피터 톰슨이 디자인했다. 서양 사람들은 한국 비무장지대에 있는 캠프 보니파스의 한 홀짜리 코스를 가장 무서운 골프장이라고 생각한다. 192야드짜리 파3 홀로 지뢰밭에 둘러싸여 있다. 엄청난 슬라이스를 내면 공이 북쪽으로 날아가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 호주의 눌라보어 골프장은 18홀의 길이가 1365㎞고 해안 도시를 따라 이어진 고속도로에 한 홀씩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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