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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유치원생, 몸보다 큰 기타잡고…"신들린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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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인터넷에 뜨는 북한 관련 영상은 게시물 숫자뿐 아니라 조회수도 확확 늘어 100만 명 이상이 본 ‘밀리언 클릭’ 영상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역시 낯설고 기이한 장면이 단연 인기다.

집단 통곡이 클릭 1위

 유튜브를 통해 가장 많이 클릭된 동영상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오열하는 북한 주민들의 표정이 우선 눈에 띈다. 광장에 쏟아져 나와 경쟁하듯 통곡하는 학생·군인·일반인의 모습이다. 최근 조회수가 790만 건을 돌파했다.

 2위는 청진시 유치원생들의 기타 5중주를 담은 조선중앙TV 화면으로 조회수가 556만 건에 달했다. ‘유치원 우리 선생님’이란 곡을 연주하는 어린이들의 표정이 유치원생이라고 믿기엔 너무나 어른스럽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기타를 쥐고 신들린 듯 연주하는데 그 솜씨가 어른 뺨칠 정도다. 누리꾼들은 “대단한 실력”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어린이들이 받은 훈련을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는 반응을 동시에 내놨다.

 다음 순위는 북한 군인들이 차지했다. 춤추고 행진하는 모습을 힙합 노래인 ‘파티 록 앤섬(Party Rock Anthem)’에 맞춰 편집했다. 마치 ‘셔플 댄스’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게재 시점이 묘하다.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라왔다. 신과 마찬가지인 통치자가 죽었는데 오히려 경사 난 듯 춤을 추는 것처럼 편집했다. 북한식 일사불란한 동작을 풍자한 발상이 적중해 ‘밀리언 클릭’을 가뿐히 넘겼다.

서구 남성이 주고객

 영상마다 주 시청자는 달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럽과 북미 지역이 강세였다. 가령 지난 3월 미국인 관광객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의 경우 유럽 사람, 특히 폴란드 사람들이 많이 클릭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시간20분 분량의 이 동영상은 북한 지역을 기차로 이동하면서 열차 안팎의 정경을 담았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철길 주변 도시와 농촌의 모습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북한 핵실험 관련 영상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수차례 방북한 경험이 있는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강연 영상도 덩달아 큰 인기를 누렸다. 구글이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던 것을 유튜브에 다시 올렸는데 10만 클릭 이상이 나왔다.

 접속자 중 상당수는 30대 이상의 중장년 남성이었다. 세계적으로 여자보다는 남자가, 젊은 층보다는 기성 세대가 북한에 호기심이 강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댓글에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하다” “강제된 모습 같다” “집단 히스테리가 느껴진다”는 등 부정적인 느낌을 주로 적었다.

북한서도 활용

 북한 관련 동영상의 출처는 크게 두 갈래다. 북한을 찾았던 외국인 관광객이 한 축이고, 나머지는 북한의 주장을 퍼나르는 해외 친북 인사 또는 친북 단체들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의 촬영물을 편집해 올리는 ‘ANStasyuk’(러시아 계정)와 ‘stimmekoreas’(독일 계정) 같은 친북 아이디 사용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수시로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북한의 속살을 훔쳐보려 몰려든 전 세계 네티즌에게 슬쩍 선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북한의 실상이 알려지는 걸 차단하는 게 불가능할 바엔 자신들도 유튜브를 적극 활용해보자는 속셈이 읽힌다.

 이에 대해 보안당국 관계자는 “친북 게시물이 있는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하도록 차단하고 있지만 유튜브 동영상의 경우 서버가 외국에 있어 접속을 차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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