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닷컴의 모델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아마존은 결코 다른 닷컴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 "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닷컴(http://www.amazon.com)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37)회장이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마존처럼 돼야지" 하며 꿈을 키우던 인터넷기업 경영자들에게 충격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닷컴기업들은 아마존의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이라고도 말했다. 아마존을 성공사례로만 볼 게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다 같이 보여주는 경우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고백은 결국 냉엄한 인터넷 세계에선 업계의 선두주자조차 확실한 수익모델 없이는 배겨나기 힘들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아마존은 1995년 창업 이후 승승장구하며 e-비즈니스의 선구자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양적 성장에 주력해온 닷컴기업들의 거품이 꺼지면서 고전하고 있는데 아마존도 예외가 아니다. 수익악화로 아마존 주가는 지난 1년간 무려 83%나 추락했다.

베조스 회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네티즌들의 요구를 가장 빨리 파악하는 업체가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닷컴업계가 첨단기술주 폭락, 수익악화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많은 업체가 현금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확보는 물론 특장으로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조차 없다는 점이다. 유사 업종간 대규모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 현재 e-비즈니스 업계는 유아단계로 볼 수 있는데 이같은 혼란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

- 닷컴회사들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아마존은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 점에서는 아직 유아 수준이다. 앞으로 고객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제품을 살 수 있는 사이트를 구축하는 업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 아마존의 미래에 대해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고 있는데.

"우리는 전세계 2백여개국에 2천9백만명의 고객을 갖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억7천2백만달러로 40%(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아마존이 현금고갈로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11억달러의 유가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곧 흑자도 낼 수 있을 것이다. "

- 아마존은 마치 굴뚝기업처럼 세계 각지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물류센터는 고객들에게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다. 물건을 보관했다가 소매업체에 넘기는 일반 창고기능에서 벗어나 고객들의 주문을 신속.정확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

- 바람직한 닷컴기업의 문화는.

"초 단위의 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도 최근 주가폭락으로 인한 종업원들의 동요와 수익악화 전망에 따른 감원조치 등의 악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개방적인 기업문화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특정한 경영문화를 주입시키기보다 종업원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 나가도록 하는 게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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