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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노후, 보험엔 맡겨도 되고 투자사는 안 된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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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김수연
경제부문 기자

애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장기 펀드에 주는 세제혜택 얘기다. ‘역시나’였다. 정부는 10년 이상 유지한 펀드에 연 최고 240만원을 소득공제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가입 제한이 있다. 연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이르면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연 소득이 4600만원인 직장인이 월 50만원씩 펀드에 10년간 돈을 부으면 매년 36만원씩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장기펀드 세제혜택을 가뭄의 단비처럼 기다렸던 금융투자 업계는 그러나 불만이다. 이 정도의 세제혜택으로 펀드 장기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다. 세제혜택이 있는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모든 저축성 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 15.4%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소득 수준에 따른 가입 제한도 없다. 요즘 시중 뭉칫돈이 몰린다는 즉시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의 경우 1만 명의 즉시연금 가입자 중 5%가 10억원 이상을 넣었다. 다른 보험사는 즉시연금 가입액 절반이 5억원 이상의 뭉칫돈이었다. 이 상품의 주요 수혜자가 부유층이라는 뜻이다. 또 연금보험은 연 400만원 한도에서 납입금액 전액을 소득공제 받는다.

 더 중요한 건 금융자산 간의 형평성이다. 세금은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꾼다. 형평성이 없으면, 즉 특정 금융자산에 세제혜택이 치우치면 개인 자산도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금리는 낮고 부동산이 침체되고 투자 수익률도 낮아, 모든 자산의 수익률이 하향평준화 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약간의 세금 차이가 큰 세후수익률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연금 같은 장기 금융상품에 세제혜택을 주는 취지는 노후 대비를 독려하자는 것이다. 공적연금 토대가 약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이런 취지를 살리자면 노후를 위한 자산은 각종 투자 대상에 알맞게 배분되어야 한다. 물가상승을 따라갈 수 있는 위험자산에도 일부 투자되고, 원금이 든든히 보장되는 안전자산에도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세제 정책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 노후는 오로지 보험사에만 맡겨야 하고, 투자회사에는 맡기면 안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