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 루푸스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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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千) 의 얼굴'' 을 가졌다는 전신성 루푸스.우리말 의학용어로는 온몸에 붉은 반점과 짓무름 증상이 생긴다고해서 전신성 홍반성낭창으로 불린다.

국내에 2만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루프스는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는 사망까지 가는 가장 악성 질환이다.남성보다 여성환자가 8배 많으며 젊은 여성에 많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백혈구과 같은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는 병.

루프스는 면역세포가 관절을 파괴하는 류머티스 관절염과 달리 피부 ·신장 ·신경계 ·혈액 ·심장 ·폐 ·관절 ·근육 등 전신을 공격한다.

그 결과 루푸스 환자는 얼굴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나비모양의 반점 이외에도 진단을 받기전까지 관절염 ·위장관염 ·간염 ·빈혈 ·신장염 ·우울증 ·정신병 ·간질 등 다양한 증상으로 고생을 한다.

이 병은 불과 50년 전만해도 발병 5년후 생존율은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발병 10년후에도 환자의 90%이상 일상생활을 영위한다.현대의학이 불치병을 조절가능한 병으로 바꿔준 것이다.

루푸스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른 것이 특징. 피부 ·관절 ·늑막 등에 염증이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때는 비(非)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항(抗) 말라리아제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하지만 신장 ·심장근육 ·뇌 ·폐 등이 파괴될 땐 소염진통제 ·항말라리아제와 함께 스테로이드를 고용량으로 사용하면서 이뮤란 ·사이톡산 등의 면역억제제로 면역기능을 강하게 억제한다.물론 이런 약들은 환자의 생존율을 90%이상으로 높였지만 근본치료는 아니다.

따라서 최근 2∼3년동안 시도되고 있는 치료법들은 근본적인 치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대표적인 치료법이 조혈모세포 이식.

대상은 기존 치료법을 다 동원해도 뇌혈관염·신장염 등이 너무 급속히 진행해 생명을 위협받는 위중한 환자들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전세계적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50명에 이른다.현재 국내에선 몇몇 병원에서 중환자를 대상으로 시도하고 있다.

치료방법은 우선 환자에게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문제를 일으키는 T세포 ·B세포 등의 면역세포를 모두 제거한 후 남아있는 정상 면역세포를 채취해 보관해 둔다.

2주간의 휴식기간을 가진 다음 다시 면역억제제를 처음보다 더욱 강력하게 투여해 몸의 면역세포를 거의 전부 없앤다. 이후 미리 채취해 보관했던 환자의 정상적인 면역세포를 넣어주는 것이다.

치료과정에서 면역세포가 거의 다 죽기 때문에 환자는 무균실에서 지내야 한다.치료기간은 3개월 정도.시술로 인한 사망율은 1∼3%며 비용은 2천5백만∼4천만원선.

최근 외국에선 면역세포를 채취해 보관했다가 다시 투여하는 과정없이 아예 초강력 면역억제제만 투여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병의 주범인 자가항체가 아예 생성하지 못하도록 면역반응을 방해하는 약들도 곧 등장한다.현재 임상시험 중이며 몇년후면 상용화 할 전망.

한양대의대 류머티스내과 배상철교수는 “루푸스 치료는 환자에 따라,또 같은 환자라도 그때그때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며 “아직은 조절이 잘 되는 환자라도 증상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빠져 신속한 대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루이사(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는 오는 17일(토) 오후2시부터 한양대병원 3층강당에서 ''루푸스환자의 최신 치료경향'' 을 주제로 무료강좌를 개최한다.(문의 02-517-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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