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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밀도 서버, 기업용으로 '역부족'

중앙일보

입력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초박형 서버 신제품들을 내놓고 이를 선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과연 그들의 말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컴퓨터 메이커들은 새로운 랙에 탑재된 서버 디자인을 마케팅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서버 디자인은 오늘날 일반적인 랙 구성보다 4배나 많은 프로세서들을 수용할 수 있다.

컴팩 컴퓨터, 델 컴퓨터, IBM, 인텔을 포함해 일부 선도 기업들은 몇 달 내로 새로운 디자인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컴팩 공동 창립자인 게리 스티맥이 이끄는 RLX 테크놀로지, 파이버사이클 네트웍스(FiberCycle Networks), 레블닷컴(Rebel.com) 등과 같은 일부 신생기업들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판매 경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과 산업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일명 ''초밀도(ultradense)''라 불리는 이 서버들은 콤팩트한 시스템 설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제조과정에서 너무 많은 부분들이 생략돼 데이터 센터와 ISP들에게 부적합하다고 한다.

현재 많은 데이터 센터들은 1U에 해당하는 1.75인치 두께의 랙 서버를 배치하고 있다.

이 피자박스 모양의 서버 가격은 평균 2000~5000달러로 저렴하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쉽게 부응할 수 있다. 또한 산업 표준 7피트 랙에 42대가 적재될 수 있어 공간 차지도 줄일 수 있다.

데이터 센터의 컴퓨팅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 센터 매니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컴팩트한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틀리 풀(Motley Fool)의 웹사이트인 풀닷컴(Fool.com)의 MIS 이사인 조엘 샐러몬은 "많은 기업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서버 크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견은 일반적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5만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에게 웹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인터랜드(Interland) CTO 로버트 멀랠리는 "앞으로 이 기술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호스팅 환경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3000대의 서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초밀도 서버로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좀더 타이트한 플랫폼에서 서버들을 작동시키려면 포기해야 되는 부분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인텔의 자회사인 지아테크(Ziatech Corp)와 RLX에서 나온 서버같이 새로운 랙에 탑재된 일부 서버에는 대부분의 서버에 표준적으로 존재하는 ECC(error-correcting code)가 결여돼 있다.

검색 서비스 구글(Google)의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인 웨인 로징은 "지나치게 축소시키다 보니 결여된 기능들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로징은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약 8000대의 서버에는 모두 ECC가 갖춰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들이 서버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들은 맡고 있는 임무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틀리 풀의 샐러몬도 이와 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 데이터 센터 매니저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서버를 구매하기 전에 컴퓨터 메이커들에게 안정성 문제에 좀더 신경을 쓰도록 압력을 넣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는 엔터프라이즈급 제품이 아니면 자사에 배치하지 않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전압 모바일 칩
그동안 랩톱 PC에서만 사용됐던 프로세서와 칩셋이 초밀도 서버에서 사용된다는 것도 새로운 점이다.

예컨대 인텔의 콤팩트 서버들은 모바일 칩셋과 짝을 이룬 저전압 500MHz 모바일 펜티엄 III 프로세서를 특징으로 할 것이다.

한편 RLX, 파이버사이클, 레블닷컴같은 기업들은 트랜스메타의 저전력 크루소 프로세서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 프로세서는 지난해 출시된 것으로 지금까지는 초경량 노트북에서만 사용돼왔다.

발열량이 좀더 적은 저전압 모바일 칩은 콤팩트 서버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주며, 160개 이상의 프로세서가 들어있는 랙들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시킨다.

하지만 모바일 컴포넌트들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필수 서버 환경에서 검증된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컴포넌트와 함께 사용될 모바일 하드 드라이브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서버 기준에 턱없이 못미친다.

인텔의 엔터프라이즈 플랫폼 그룹 총괄 매니저 마이크 피스터는 이번 달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이는 초밀도 서버를 만들기 위해 희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피스터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서버를 설계하면 기존 랙에 탑재된 서버들보다 입출력과 메모리 능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까다로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용으로 사용되기엔 역부족이라 웹 캐싱처럼 비교적 단순한 작업에 적합한 시스템에 사용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한 산업 애널리스트는 초밀도 서버를 구축하기 위해 데이터 오류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ECC를 없앤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인사이트 64 책임 애널리스트 나단 브룩우드는 "ECC가 없어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데이터 모든 부분에서 ECC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떤 데이터라도 ECC가 보호하지 않는 서버를 통과하게 되면 엄청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ECC은 선택 항목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새로운 초밀도 서버 계획 발표와 함께 인텔 경영진들은 2U 서버(3.5인치 높이)를 선보였는데, 이 서버는 8개의 마더보드에 각각 저전압 500MHz 모바일 펜티엄 III 프로세서를 짝지은 8개의 블레이드(blade)를 수용한다.

원래 텔레콤 기업들만이 사용하던 아키텍처를 차용함으로써 인텔은 보통 2개의 프로세서만을 수용하는 틀 안에 6개의 프로세서를 추가시킨다.

모바일 프로세서들은 인텔 펜티엄 III 제온(Xeon) 프로세서의 성능에는 비길 수 없지만 새로운 디자인은 데이터 센터의 공간 부족과 다수의 서버들을 낮은 온도에서 운영하는데 드는 전기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구글의 로징은 "우리는 분명히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몇 개월 동안 일부 벤더들이 초밀도 서버를 자신에게 판매하려 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초밀도 서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자사뿐 아니라 타사들도 이런 신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징은 "초밀도 서버는 정착되지 않은 제 1세대 기술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 비용/성능상의 이점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뿐"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에어라인 정보통신 서비스 담당 부사장인 밥 리더도 로징의 의견에 동의했다.

리더는 "최신 제품 초밀도 서버에서 안정성 유지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서버에서 수행되는 작업의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최신 제품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최신 제품에서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작업 수행을 계속 할 수 있는 서버를 원할 뿐"이라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윈도우 2000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랜드처럼 신기술을 조기에 채택했던 경험이 있는 기업들도 이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되기 전에는 채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랜드 CTO인 멀랠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서버에 ECC가 있다면서 "나는 모든 것에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기술을 수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실험과 입증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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