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서적 쓴 귀족 삶 그린 '퀼스'

중앙일보

입력

새디즘(가학증)의 어원이 된 도나시엥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 후작은 19세기 프랑스의 왕정 질서를 거부한 반체제 인사이자 근친상간.변태적 성행위 등에 집착한 글을 많이 남긴 작가다. 이 때문에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목숨을 구하기도 했던 그는 27년동안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 그래서 '추악하고 음란한 정신 파탄자' 란 악평이 항상 그를 쫓아다닌다.

하지만 일부 역사가들 사이에선 '도덕 질서를 내세운 왕정의 희생자' 혹은 '서구 사상을 발전시킨 명석한 영웅' 이란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한다.

'퀼스' (Quills)는 사드 후작이 음란서적을 발간한 혐의로 붙잡혀 샤렝턴 정신병원에서 보낸 마지막 10년의 격동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조명한 영화다. 자칫 역사가들의 엇갈림처럼 한쪽으로 흐를 수 있는 중심을 균형있게 지탱하고 있다.

음란한 글을 써 감옥행이 명해졌지만 귀족 신분 덕에 정신병원에 수감된 사드(제프리 러쉬). 그는 감옥 안에서도 빨래 시중을 드는 마들렌(케이트 윈슬릿)을 통해 소설 출간을 계속한다.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나폴레옹은 악명높은 의사를 파견해 그를 감시하게 하고 의사는 사드에게서 펜과 종이를 빼앗는다. 그러나 갈수록 사드의 광기는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프라하의 봄' 을 만든 필립 카우프만이 감독했고 '샤인' 에서 격정적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제프리 러쉬와 '타이타닉' 의 요정 케이트 윈슬릿이 호흡을 맞췄다. 러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라 '샤인' 이후 두번째 수상을 노리고 있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잘 살렸고 배우들의 연기도 생생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전개가 단조롭다는 느낌을 준다. 17일 개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