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29)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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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아무런 전력보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기적의 팀은 지구 2위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력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599)를 차지했다.

총득점(925)과 실점(747)은 내셔널리그에서 각각 3위와 4위였지만, 178점의 득실점차는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였다. 그만큼 자이언츠는 투타의 조화가 가장 완벽한 팀이었다.

◇ 퍼시픽 벨 파크

그러고 보니 전력보강이 있었다. 홈구장을 캔들스틱 파크(3com 파크)에서 퍼시픽 벨 파크로 옮긴 것이다.

당초 퍼시픽 벨에 대한 평가는 배리 본즈를 위한 '이벤트 구장'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드러난 퍼시픽 벨은 본즈에게 전혀 유리하지도 않았으며(홈 25홈런·원정 24홈런), 투수와 타자, 그리고 팬들을 고려한 완벽한 구장이었다.

캔들스틱 파크는 빅리그 최악의 구장 중 하나였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팬들은 한여름의 야간경기에도 중무장을 해야만 했으며, 심지어 돌풍에 와인드업을 하다 쓰러진 투수도 있었다.

포근한 퍼시픽 벨의 환경은 투수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99시즌 자이언츠는 홈경기에서 평균 4.61점을 허용했지만, 지난 해에는 1점 가까이가 떨어진 3.68점이었다.

개장 후 당한 6연패는 그 이후의 승승장구를 위한 액땜이었을 뿐이다. 지난 해 자이언츠는 홈경기에서 가장 강한 팀이었다.(55승 26패 .679)

◇ 두 명의 MVP

제프 켄트(2루수)와 배리 본즈(좌익수)는 연말에 있었던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켄트는 수비부담이 큰 2루수로서 125타점을 쌓으며, 로저스 혼스비 이후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2루수로 등극했다.

본즈의 변신도 놀라웠다. '대부' 윌리 메이스의 660홈런을 넘어서기 위해, 기동력을 포기하고 파워를 보강한 본즈는 서른여섯의 나이에 생애 최다인 49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자이언츠 타선에 이 두 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엘리스 벅스는 무릎부상으로 40경기를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96타점을 올렸으며, J.T. 스노우와 리치 오릴리아는 1·2펀치 못지 않은 매서운 잽이었다.

◇ 고무팔들의 행진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에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는 1-2선발인 리반 에르난데스와 러스 오티스의 어깨였다.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 짐 릴랜드 감독 아래서 팔이 떨어져라 던졌던 에르난데스는 99시즌에도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함께 두번의 140구 이상 경기를 가졌던 유일한 투수였다.

오티스의 문제는 더 심각했다. 그는 풀타임 첫 해 200이닝을 넘겼고, 내셔널리그에서 네번째로 많은 공을 던졌다. 오티스가 온전한 시즌을 보내리라는 예측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에르난데스와 오티스는 극심한 부진속에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배려 속에 전반기 동안 체력을 비축했고, 후반기에 다시 살아났다.

전반기 5.39 13승 15패
후반기 3.20 20승 8패

◇ 돌아온 문지기

99시즌 마무리투수 롭 넨은 무리한 투구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9개의 블로운 세이브는 내셔널리그 최다였고, 방어율은 4점대에 육박했다.

지난 시즌 그는 내셔널리그 최고의 마무리였다. 넨은 구원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1.50)을 기록했으며, 스코어링포지션의 방어율은 채 1점도 안됐다.(0.91)

넨의 성공적인 복귀에는 셋업맨 펠릭스 로드리게스의 역할이 주효했다. 로드리게스는 우완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쉬는 강속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넨이 약점을 보이는 좌타자들을 요리했다. 로드리게스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158.

◇ 마법은 계속된다

엘리스 벅스와 3루수 빌 밀러의 이적은 상당한 전력약화를 가져왔다. 에릭 데이비스와 페드로 펠리스로는 그들을 대신할 수 없다. 36세의 본즈와 33세의 켄트에게 지난 시즌과 같은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더욱이 올해의 서부지구는 투수력을 보강한 콜로라도 로키스까지 가세하여 불꽃 튀는 4파전이 전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섣불리 샌프란시스코의 올시즌을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포스트시즌에서의 뉴욕 양키스 만큼이나 예측을 불허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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