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천안시 영유아 보육료 예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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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추가로 필요한 영유아 보육료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사업중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천안시를 비롯한 충남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충남도가 올해 영유아 보육료 지원사업 추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보육사업 중단 우려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천안시의 경우 재정부담의 이유로 올해 하반기 영유아 보육료 부족 금액을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시는 ‘2012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제2회 추가경정 예산안과 2012년도 제1차 기금운용계획안’을 다루기 위한 157회 천안시의회 임시회에 영유아 보육료 추가분을 반영하지 않은 수정 예산안을 지난달 28일 시의회에 제출,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는 올해 491억원의 보육료 예산을 편성했지만 보육료 지방부담비율이 확대됨에 따라 추가로 167억6000만원의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이 가운데 시비 부담비율은 69억9200만원(국비 68억6000만원, 도비 29억800만원)이다. 예산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오는 9월이면 천안시의 보육료 예산은 바닥난다.

 충남도 역시 지난달 8일 끝난 252회 충남도의회 임시회에 천안시에 지원할 도비 29억800만원을 비롯해 충남 지역 보육료 지원금을 편성하지 않았다. 충남도가 올해 세운 보육료 예산은 1714억원이었다. 하지만 연말까지 682억원이 늘어난 총 2396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보다 증액된 682억원 중 국비를 제외하고 도와 각 시·군이 부담해야 하는 50%(341억원)를 반영하지 않은 것. 보육료 예산 분담비율은 국비 50%, 도비 15%, 시·군비 35%다.

 이처럼 천안시를 포함한 충남 지역 시·군과 충남도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국비 지원율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 간 공동대응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성무용 천안시장)는 경북 영덕군에서 시도지역회장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5기 제6차 공동회장단회의’를 개최해 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와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와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0~2세 무상보육’이 전면 확대 시행됨에 따라 현재의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상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만약 정부에서 추가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영유아 보육사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장들은 영유아 보육 문제는 보편적 복지성격의 국가 정책사업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추가 소요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정부에서 전액 지원이 어렵다면 현행 국비 지원율을 50%에서 80%로 상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가 부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공동으로 추경 예산 편성 거부에 나서기로 하면서 대응수위를 높였다.

 공동대응에 나섰지만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고 보육사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삭감된 보육료 사업비는 예비비로 돌렸다가 필요할 경우 추가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보육료 지원 중단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안시 등 지자체와 충남도의 대응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재정부담에 대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건 좋지만 주민들을 볼모로 정부와 지방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천안시의 경우 보육료 예산을 편성했다가 입장을 바꿔 삭감된 내용의 수정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천안시의회 전종한 의원은 “지자체장들이 재정부담 현실을 정부에 알리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보육료 예산을 편성해 제출했다가 다시 예산을 삭감한 수정안을 시의회에 올리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무상보육 등 영유아 보육료 지원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시에서 좀 더 계획성 있게 대처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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