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냉방병, 모두 피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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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인해 후덥지근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더위로 몸이 지치면 마음까지 지친다고 했던가. 날씨에 관계없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이 같은 더위 때문에 업무가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꽉 막힌 실내에서 에어컨에만 의존하면 냉방병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실내와 실외 온도 차가 심하면 몸이 적응을 못하게 되고, 오히려 피로·권태감·두통을 호소하게 된다. 에어컨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몇 가지 수칙만 지키면 더위도 피하고, 냉방병도 예방할 수 있다.

 부채 하나로 여름 삼복더위를 견디던 일은 이제 옛날얘기가 됐다. 현대인은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위를 견디는 힘이 약화되고 있다. 30℃ 내외의 날씨가 며칠만 계속돼도 땀을 흘리고 더위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콘크리트 건물은 낮에는 태양열을 받고 밤이 되면 다시 밖으로 방출한다. 도시에서는 대류에 의한 열손실도 높은 빌딩에 가로막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밤이 되도 ‘후끈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에어컨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에어컨에 오래 노출될 때 걸릴 수 있는 냉방병은, 추운 곳에서 계속 지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겨울에는 냉방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름철 더운 환경에 적응돼 가는 우리 몸이, 갑자기 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옮겨가고, 다시 더운 곳으로 옮겨 다니며 항상성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냉방병에 걸린다. 특히 직장인들은 하루 중 1/3 가량을 사무실에서 보내게 된다. 이 경우 에어컨이 나오는 추운 환경에 있게 된다. 반면 출퇴근할 때는 더운 거리나 가정에 있는다. 여기에서 오는 생리적인 부조화 때문에 냉방병에 걸리게 된다.

 게다가 직장에서는 에어컨을 작동시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밀폐 건물 증후군과 같은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최현림 교수는 “열에 의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지나치게 에어컨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덥다고만 해서 무조건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에만 의지하면 건강까지 해치게 된다. 오랜 시간 에어컨 추위에 노출되면 맥박수, 호흡수, 혈압이 처음에는 상승하다가 나중에는 떨어지게 된다. 이 경우 오줌량 등이 감소하며 각 조직의 에너지 대사량도 떨어진다. 감기에 걸릴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 에어컨이 공기를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실내 습도가 내려가 호흡기 점막이 마르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피로, 두통, 권태감, 졸음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며, 여성들은 생리불순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만일 냉방병에 걸렸다면 더 이상 냉방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며 증상에 따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 온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만일 바깥의 온도가 30℃라면 실내온도는 23~25℃ 선을 유지하면 좋다. 최 교수는 “가능하면 냉방 시간을 줄이고, 그게 힘들다면 실내외의 온도 차이를 5~8℃로 맞춰 냉방 해야 한다”며 “과일과 수분의 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간단히 할 수 있는 냉방병 예방 5가지 수칙

1. 출근 할 때 긴 소매 옷을 챙긴다.
2. 식사를 항상 든든히 하고, 비타민이 많은 과일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3.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앉아있는 자세를 수시로 바꿔준다.
4. 1시간에 한번씩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5.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바람 방향을 위로 올린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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