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2,000선 붕괴 이후 뉴욕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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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의 나스닥종합지수가 2년3개월만에 심리적 저지선인 2,000선이 붕괴되면서 향후 미국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12일 현재 월가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 짚고 가야 할 것은 이날의 주가하락이 이미 어느 정도는예상됐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3월10일 나스닥종합지수가 5,048.62로 사상최고치에 도달한 후 주가가 급락한데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둔화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던 시점이어서 최근투자심리는 많이 위축된 상태다. 게다가 지난주 야후, 인텔, 시스코 시스템스 등 나스닥시장의 시장주도주들이 잇따라 수익악화경고 공시를 하는 바람에 기술주에 대한인기는 시들해 있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억만장자 워런 버펫은 지난해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은 덕에 많은 이익을 봤다며 기술주 투자에 대한 경계를 보냈다. 또 지난해'이상 과열'이라는 베스트셀러 책을 통해 나스닥시장의 거품을 거론했던 예일대 경제학과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주가의 하락행진이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건 속에 투자분위기기 살아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말이며 12일의 폭락에 앞서 미국 주요 미디어들은 한결같이 이번 주에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분기말을 앞두고 이번주에 또다시 많은 기업들이수익악화경고 공시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분위기를 어둡게 했다. 일본에서 심화되고 있는 디플레 현상도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됐으며 일본의 경기침체가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 다른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월가에서제기됐다. 실제로 월가의 많은 분석가들은 일본경제의 침체를 12일의 주가하락의 한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투자자금을 보유한 채 기다리고있는 투자세력도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분석가 닉 앤질레타는 많은 사람들의 2,000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을 했기 때문에 섣불리 현 시점에서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까지 수익악화경고 공시가 끝난 다음에 분위기가 가라 앉으면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양면성을 갖고 있고 앞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그냥 내리리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지적이다. 예를 들어 13일에는 2월 중 소매판매 통계가 발표되는데 소매판매증가율이 낮아져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수 없다는 것이다. 브리핑 닷 컴은 현재 소매판매가 1월의 0.7% 증가에 이어 2월에는 0.3% 증가에 그쳤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그대로라면 금리 대폭인하의 가능성을 높여주면서 주가를 부추길 수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주요 인사들이 최근 한 목소리를 내면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장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일조를 할가능성도 있다. 오는 20일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관련 회의도 벌써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 뉴욕증시의 주가 전개 방향은 우선13일의 소매판매 통계 발표 등 중요 통계나 기업들의 수익보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것으로 예상된다.(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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