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코리언 슬러거 최희섭 -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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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영웅'

◆ 절제된 적극성

美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마이너리그 전문가로는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편집장 짐 칼리스와 ESPN의 마이너리그 리포트 담당자이자 스태츠사 발행 마이너리그 스카우팅 노트북의 저자인 존 식켈스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들에 비해 그 이름은 덜 알려져 있으나 간과할 수 없는 전문가가 또 한명 있는데 그가 바로 데이비드 론슬리다.

얼마전까지 유망주 스카우팅 전문사이트인 팀원베이스볼닷컴(TeamOneBaseball.com)을 운영하다 최근 야구전문 에이전시 회사인 탠저 스포츠 컨설턴츠사로 자리를 옮긴 론슬리는 칼리스나 식켈스와는 달리 휴스턴 애스트로스 스카우트로서의 오랜 현장경험과 베이스볼 아메리카 기자로서의 취재경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전문가다.

지난해 가을의 팀원베이스볼닷컴 마이너리그 유망주 톱100 랭킹에서 최를 30위에 올렸던 론슬리는 최근 다른 스탭들과 공동으로 발표한 2001 마이너리그 유망주 랭킹에서 "2001년 컵스의 1루수가 누가 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2002년에 누가 될지는 누구나 알고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최희섭을 20계단 상승시킨 10위에 '등극'시켰다. 타자들중에서는 같은 컵스의 코리 패터슨(2위),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조시 해밀턴(5위), 그리고 같은 1루수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카를로스 페냐(8위)에 이어 4번째.

론슬리의 최에 대한 평가는 최의 랭킹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제시해 준다.

지난 가을 30위로 평가했을때 최에 대해 "즉시 그레이스의 글러브(수비)와 3할대 타율을 가져다 주지는 않겠지만 그가 컵스의 미래에 가져다 줄 중요한 한가지는 바로 파워다. 그는 거대한 파워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배팅 아이(the batting eye)와 컨택트 능력을 가진 올라운드 타자다. 2002년 그가 코리 패터슨과 새미 소사 사이에서 팀타선을 주도하리라는 사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라고 했었던 론슬리는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최가 뛰는 것을 직접본 후 더 큰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최희섭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는 정말 물건으로 보였다(This was my first look at Choi and he looks like the real deal). 가을리그 최고 유망주인 그는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짧고 빠르며 계산된 스윙을 했으며 동시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다. 최의 타석에서의 '절제된 적극성(patient aggressiveness - 볼을 기다리다가 좋은 볼에 과감하게 스윙하는 자세)'은 그의 큰 장점이다. 수비에서도 그는 충분히 1루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며 왜 그가 엄청난 유망주인지를 설명했다.

◆ 안녕 아이오와

최희섭은 가는 곳마다 최고의 타자였다. 미국에 처음 건너왔던 99년 싱글A 랜싱 러그너츠(79경기, 타율 .321, 18홈런, 70타점, 출루율 .422, 장타율 .610)에서, 지난해 하이클래스 싱글A 데이토나 컵스(96-.296-15-70-.369-.533)와 더블A 웨스트테네시 다이아몬드잭스(36-.303-10-25-.419-.623)를 거쳐 미래 올스타들의 무대인 애리조나 가을리그(33-.298-6-16-.431-.577)에 이르기까지 그가 한번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적이 없었다.

이러한 최에게 그의 마이너리그 마지막 정거장이 될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 역시 그를 그리 오래 붙잡지는 못할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은 미국에 오기전 이미 어느정도 준비된 타자였던 최에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

올시즌 매트 스테어스, 론 쿠머, 그리고 훌리오 줄레타가 시카고의 주전 1루수 자리를 다투고 있을 때 최희섭은 트리플A의 베테랑 투수들이 던질 다양한 변화구를 경험해보며 방망이를 담금질하다 앤디 멕파일 단장과 짐 헨드리 부단장이 밝혔듯 늦어도 8월경에는 시카고에 입성할 전망이다.

어쨌든 아이오와주 드 모인시의 아이오와팬들은 장차 시카고의 슈퍼스타가 될 이 슬러거를 시카고가 아닌 자신의 지역에서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됐다. 랜싱, 데이토나, 잭슨 그리고 메사에 이어 최의 다섯 번째 도시인 이 지역에서 펼쳐질 이 '오리엔탈 슬러거'의 활약은 팬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것이다.

◆ 시카고의 영웅으로

야구 전문서적인 베이스볼 프라스펙터스(Baseball Prospectus) 2001년판은 일찌감치 최희섭을 2002년 내셔널리그 신인상의 강력한 후보로 점찍었다. 이는 2002년 최의 활약상이 어떠 하리라는것을 짐작케 한다.

이제 시카고의 컵스팬들은 진정한 마크 그레이스의 후계자를 얻게 됐다. 그것도 그레이스가 할 수 있었던 모든 일들뿐만 아니라 그가 할 수 없었던 일들까지 해낼 수 있는, 그래서 빌 버크너(77년-83년), 레온 더햄(84년-87년) 그리고 그레이스(88년-2000년)까지 지난 20여년간 컵스를 대표했던 1루수들을 능가할 선수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2002년 리글리 필드는 '초이'를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찰 것이다.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해가 될 그해, 최희섭은 3할에 가까운 타율과 30홈런 그리고 100타점을 넘기는 맹활약으로 컵스를 98년 이래 4년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는 주역이 된다.

그 다음해인 2003년 컵스는 45년 이래 52년만에 리그 챔피언과 08년 이후 무려 95년만에 월드시리즈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컵스 부흥의 중심에 바로 자랑스런 우리의 그리고 시카고의 새로운 영웅 최희섭이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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