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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1년, 혼란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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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산의 한진중공업에는 지난 1월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란 새 노조가 생겼다. 지난해 타워크레인 농성을 주도한 기존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와 달리 ‘노사 상생과 협력’을 내세운 온건성향의 노조였다. 현재 이 노조에는 기존 조합원(703명)의 81%인 570명이 가입해 있다. 기존 노조는 조합원 상당수가 이탈해 현재 133명만 남았다. <중앙일보>6월 5일자 1면>

 기존 노조는 지난달 7일부터 회사 앞에 천막을 치고 “민주노조 말살 말라”며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농성 시작 뒤에도 조합원 13명이 추가로 새 노조에 참여했다. 이 회사 박찬영 노무팀장은 “조합원들이 기존 노조의 투쟁일변도 정책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1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정부는 노조 난립이나 노조 설립 관련 분규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등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 첫 달 322개에 달했던 신규 노조 설립 건수는 두 달 만에 100개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달엔 25개를 기록했다. 무분별한 노조 추가 설립이 없었다는 의미다. 새로 생긴 노조 842개의 64%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새로 차린 노조였다. 이들 대부분(85%)은 새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남았다. 새 노조가 조합원의 과반 이상을 확보한 사례는 28%였다. 김성호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현장 근로자들이 기존 노조에 얼마나 거리감을 느끼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복수 노조와 제각각 협상해야 하는 혼란을 막기 위해 도입한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의 이행률도 97%를 넘어섰다. 대부분 창구단일화가 이뤄진 셈이다.

  복수노조제에 대한 기업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203개 사업장 중 89%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혼란이 없었다’고 답했다. 교섭창구 단일화에 걸린 시간은 85.2%가 3개월 미만이었다. 경총 관계자는 “창구 단일화에 오랜 시간이 걸려 교섭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노동계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에 노동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양대 노총은 지난달 29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노조 제도가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조가 있던 사업장에서 만들어진 복수노조의 28.4%와 70%가 사용자가 개입해 설립된 ‘어용노조’라는 주장이다. 양대 노총은 “19대 국회 초기에 복수노조제 등 노조법 전면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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