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크레인 농성’ 한진중 노조 조합원 79%가 등 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해 309일에 걸쳐 타워크레인 농성을 하는 등 회사 측과 극한 대립을 펼쳤던 한진중공업 옛 노조(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에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해 온건 노선의 신노조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4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두 705명이던 한진중공업 옛 노조 조합원 중 558명(79%)이 사업장 내 복수노조로 1월 설립된 신노조로 소속을 옮겼다. 새 노조가 사실상 근로자의 뜻을 대표하는 노조가 된 것이다.

 신노조는 올 1월 11일 ‘노사 상생 협력’을 내세우며 출범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노조 현판식을 한 뒤 ‘한진중공업 위기 극복 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다른 국내 조선사 노동조합이 그랬듯 한진중공업이 외국 선사와 수주 계약 논의를 할 때 노조가 함께 가 “분규 없이 최고 품질의 선박을 기일에 맞춰 인도하겠다”고 보증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신노조는 또 최근 부산 영도조선소 정문에 “회사와 하나 되어 한진중공업 75년 역사 조선 1번지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김상욱(49) 신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순환 휴직을 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이대로는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며 “이로 인해 조합원들 사이에 분규를 벌이기보다 힘을 합쳐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이 강성 일변도의 노조에서 나와 신노조로 속속 가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군함 같은 특수선 3척을 제외하고 지난 3년간 단 한 척의 수주 계약도 따내지 못했다.

 한진중공업은 사측이 2010년 말 생산직 사원 400명을 희망퇴직시키려 하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고, 다음 해 1월 6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시위에 돌입했다.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지만 ‘희망버스’까지 가세하면서 보·혁 대결로 발전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10일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 309일 동안의 크레인 고공시위는 막을 내렸다.

조혜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