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27) - 밀워키 브루어스

중앙일보

입력

99시즌이 끝나자, 밀워키 브루어스는 비싸고 확실한 선수들을 내보내고 싸고 불확실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유는 한가지, 밀러 파크의 개장을 위해서는 돈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총연봉은 7백만달러나 줄었지만, 승수는 1승 밖에 줄지 않았다. 미래를 이끌 두 명의 '제프'도 등장했다. 하지만 부실한 빅리그의 로스터와 망가질대로 망가진 팜을 생각해 보면 밀워키의 새출발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 타선에서 마운드로

오프시즌 동안 밀워키가 잃은 선수들의 대부분은 타자였다. 반면 영입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투수였다.

득 : 제이미 라이트, 지미 헤인즈, 후안 아세베도(이상 투수)
, 호세 에르난데스, 헨리 브랑코

실 : 페르난도 비냐, 제프 시릴로, 호세 발렌틴, 데이브 닐슨, 존 자하(이상 타자)
, 칼 엘드레드

덕분에 99년 내셔널리그 9위를 차지했던 총득점은 13위로 떨어졌고, 14위였던 총실점은 10위로 향상됐다. 그러나 -71이었던 득실점 차가 -86으로 변한 것만 봐도, 제대로된 장사는 아니었다.

◇ 구멍 메우기

포수·2루수·3루수에 뚫린 구멍이 특히 심각했다.

◆ 포수 : 올림픽 금메달을 외치며 일본으로 떠난 딩고를 대신한 헨리 브랑코의 공격력은 역시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특히 어깨 부상에 부친상의 악재까지 겹쳤던 브랑코의 지난 시즌 스코어링 포지션 타율은 .183.

그러나 애초에 밀워키는 그에게 공격력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브랑코는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에 버금간다는 수비력으로 밀워키의 투수진을 안정시킨 일등공신이었다. B-

◆ 2루수 : 가장 자신있어 했고, 또 가장 실망했던 포지션이었다. 99시즌 론 빌리어드는 타율 .295에 58타점을 올리며 무릎 부상으로 빠진 페르난도 비냐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고, 이에 구단도 자신있게 비냐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보냈다.

그러나 신분상승을 부담스러워한 빌리어드의 타율은 .263으로 떨어졌고, 내셔널리그 2루수 중 가장 많은 19개의 실책을 범했다. 시즌 막판에는 등부상으로 인한 수술도 받았다. D

◆ 3루수 : 가장 실수한 부분이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백업 내야수였던 호세 에르난데스는 기대했던 것과는 4할도 못되는 장타율을 기록했으며, 특히 우완타자로서 좌투수에 .212의 타율을 기록함으로써 팀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물론 내셔널리그 최고의 3루수 중 한 명인 제프 시릴로를 대신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겠지만, 3년간 1천만달러나 준 계약은 너무 길고 비싸다. F

◇ 잃어버린 보물들

호세 발렌틴과 칼 엘드레드. 이들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밀워키가 버린 선수들이다. 나란히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밀워키가 배 아파할 정도의 맹활약을 하며 화이트삭스를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발렌틴 : 타율 .273 25홈런 92타점

엘드레드 : 10승 2패 방어율 4.58

◇ 신진세력의 등장

좋은 소식도 있었다. 영입 선수들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팀의 중심은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좌익수 제프 젠킨스는 팀내 타율, 홈런, 득점, 최다안타, 2루타, 총루타, 출루율, 장타율을 석권하며 제로미 버니츠가 부진한 자리를 대신했으며, 시즌 중반에 합류했던 리치 색슨도 57경기에서 14홈런-47타점을 날리며 젠킨스와 함께 위력적인 1-2펀치로 자리잡았다.

물갈이가 더 확실히 이뤄진 곳은 마운드였다.

어깨 부상으로 2년을 허송세월했던 제프 다미코는 날카로운 제구력으로 새로운 에이스로 떠올랐다. 2.66의 방어율은 내셔널리그 3위의 기록.

밥 위크먼의 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줄 알았던 마무리에는 커티스 레스카닉이 등장했다. 후안 아세베도와 데이브 웨더스의 든든한 호위를 받은 레스카닉은 주전마무리를 맡은 후 7승 1패를 기록했으며, 12번의 세이브 기회 중 11번을 성공시켰다.

시드니 올림픽 결승전에서 쿠바 타선을 잠재운, 벤 시츠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 잇몸병

밀러 파크의 개장을 앞두고 밀워키는 주축선수들인 다미코, 젠킨스, 색슨, 버니츠와의 연장계약에 성공했다. 불확실하긴 하지만, 제프리 해먼즈도 영입했다.

다미코-레스카닉으로 이어지는 제1선발-마무리의 축은 깔끔하다. 젠킨스-버니츠-색슨으로 이어지는 클린업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2위의 방어율(3.84)
을 차지했던 불펜진도 건재하다.

그러나 시츠가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안착을 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3명의 선발진은 여전히 불안하며, 클린업 이외의 타선도 허약하다.

이가 제 역할을 해내려면 잇몸이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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