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향해 달려가나? 그냥 놓아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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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가뭄이 극심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바짝바짝 말라 갔습니다. 본격 여름 더위에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 달의 책’ 7월 주제로 ‘마음의 피서’를 선정했습니다. 혹서(酷暑)의 괴로움을 잠시 잊게 할 청량한 신간을 골랐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뜨겁게 돌아가도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성난 물소 놓아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김훈 옮김, 공감의기쁨
352쪽, 1만5000원

‘최선을 다해라’ ‘포기하지 말라’ ‘넌 할 수 있다’ 이런 말 대신에 ‘이미 충분하다’ ‘난 여기 있겠다’라고 말 해 주는 이가 드문 세상이다. 어디 쉬엄쉬엄 해서 살아지는 세상이던가. 아침에 눈 뜨는 순간, 마음은 이미 일터로, 학교로 내달려야 한다.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다못해 TV 오락프로 재방송이라도 봐야 한다. 세상은 이걸 ‘멀티 태스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무엇을 향해 달려가나. 눈 앞의 성취, 그 다음 성취, 그리고 그 다음은? 분주한 마음은 늘 잊고 살지만, 종국엔 죽음이 기다릴 뿐. 저자는 성난 물소를 잡은 밧줄을 당기다가 손가락을 잃은 남자 얘기를 한다. 그리고 ‘마음의 물소’가 내달리게 가만 내버려두라고 한다. 물소는 얼마 가지 않아 진정하고 주인이 오기를 기다릴 거라고.

 그는 “이 세상을 자기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 다그치거나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놓아버려라”라고 말한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내려놓고 비우는 것. 그렇게 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종국에는 그 자신조차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무화시키라고 한다.

 “진리란 무엇입니까?” 누군가 부처에게 물었다. 부처의 답은 간결했다. “사라짐, 정지, 평화, 더 깊은 앎, 깨달음, 열반에 이르도록 인도해주는 것은 뭐든 다 진리다.” 사라짐과 정지를 말한 대목이 눈에 띈다.

 불교의 목표는 열락의 상태나 영속적으로 평온한 상태를 이루는 게 아니다. 열반, 즉 완전한 소멸이다. 이상할 것도 없다. 잃을 것도 없다. 불교에 따르면, 애초부터 나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저자는 “무아야 말로 불교의 기본. 과학저널들에서도 심리학자들은 자아는 없다, 그것은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책을 쓴 아잔 브라흐마(61)는 런던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크리스천.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고교 교사로 일하다가 태국으로 건너가 수행승이 됐다. 호주에 남반구 최초의 불교사찰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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