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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경찰청축구단 유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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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경찰청축구단 유치를 두고 아산시와 의회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시는 유명 선수들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지역 엘리트 체육의 밑거름이 될 수 있어 이른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연간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축구단을 운영하기엔 무리라는 판단이다. 더욱이 K리그 1부로 승강 될 수 없고 2부 리그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시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67% 찬성한다는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지만 의회는 “조사에 참가한 수가 많지 않고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축구단 유치가 본격화된 시점은 올해 3월 부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아산에 경찰교육원 이전(2011년)에 이어 경찰대학교까지 2015년 이전이 확정되자 산하 소속인 경찰청축구단의 연고도 아산이 맡아줄 것을 아산시에 건의했다. 경찰청은 선수선발·훈련 및 경기출전 등 선수단을 운영하고, 시는 운영경비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창단 첫해 소요비용은 가입비를 포함해 총 17억원. 그 이후부터는 연간 11억여 원의 시비가 투입될 전망이다. 선수는 국가대표급으로 구성하며 군 복무를 하는 것으로 선수의 몸값은 제외된다.

 시 김용한 체육육성과장은 “내셔널리그(실업리그) 1개팀을 운영하는데도 연간 20억 여 원이 들어간다”며 “네임벨류가 높은 선수들이 아산의 이름을 달고 뛰면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6년 창단된 경찰청은 사실상 상무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입단하는 팀이었다. 상무는 2001년부터 K리그에 참가했지만 경찰청은 2001년까지 실업축구팀으로 내셔널리그에 참가하다 2002년부터 K리그 2군 리그인 R리그에 출전하고 있다. 또한 상무는 K-리그나 대한축구협회 산하 아마추어 팀에 몸을 담고 있어야 지원이 가능하며 만 27세가 넘으면 입단할 수 없다. 경찰청은 만 30세까지 지원할 수 있다.

 최근 해외파들이 늘어나고 상무 입단 시기를 놓친 유명 스타들이 경찰청 문을 두드리면서 경찰청은 초호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국가대표 김두현(29)이 입단했다. 올해에는 월드컵에도 다수 출전한 염기훈(28)도 합류했다.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었던 조동현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력도 한층 안정됐다. 김두현뿐 아니라 84년생 이후 유명 선수들도 대거 상무에 입단할 시기를 놓쳤다. 국가대표에 선발됐던 정조국(28·프랑스 오세르)과 김재성(28·포항)도 병역을 치르려면 경찰청에 입대해야 한다. 별들이 모두 경찰청으로 모일 경우 공격진에는 기존 염기훈과 더불어 정조국·이근호 등이 포진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박주영(28·아스널)도 입대 가능성이 있다. 아산시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가입된 팀들(1부 2부)은 의무적으로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아산이 경찰청 축구단을 받아들이겠다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아산 관내에서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초중고는 단 한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시 유종희 체육마케팅 팀장은 “현재 축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경찰청 축구단으로 유소년 축구까지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아산시의회는 막대한 운영비와 창단비용 등을 이유로 들며 유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철기 시의원은 “지역 체육 활성화와 2016년 충남(아산)전국체전 유치확정에 따른 도시 브랜드 상승 등 명분은 있지만 유지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특히 3부 리그에 참여했던 아산FC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예산으로 연고지를 옮기게 했던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아산FC는 모기업을 스폰서로 두고 지난해까지 아산을 연고했던 팀이다. 하지만 시가 올해부터 재정상에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자 충남 예산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또한 내년부터 경찰청축구단이 K리그 2부 리그로 승격되긴 하지만 성적이 좋아도 1부 리그로 올라갈 수 없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AFC(아시아 축구연맹)에서 ‘군인 축구팀은 1부 리그에서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아무리 팀이 좋아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의원들은 축구단 운영에 들이는 비용에 비해 지역 홍보 및 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혈세 낭비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거액을 축구단 운영에 쏟기보다는 시급한 사회간접시설이나 주민숙원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 의원은 “다음달에 상무의 연고지인 상주를 답사해 경기를 관람하고 인프라 등을 둘러본 뒤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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