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전남은 환갑이 중간 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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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남 고흥군 오마마을의 김재학 이장은 올해 60세지만, 마을에선 젊은 일꾼이다. 16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7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최고령인 99세 할머니를 비롯해 홀로 남겨진 노인분들이 적지 않다. 벼농사·마늘농사가 주업인 마을인데 일손이 달려 김 이장은 고민이다. “농토는 있는디, 나이 자신(드신) 분들이 못 지니까. 그냥 놔둘 수도 없고….” 그래도 오마마을은 인근 마을과 비교하면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한다. 마을의 막내인 초등학교 1학년생을 포함해 초·중·고등학생이 5명 남아 있다. 김 이장은 “앞으로 학생들마저 학교나 직장을 찾아 객지로 나가지 않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늙어가는 농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환갑이 더 이상 노인 취급을 받지 않은 지도 오래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에선 그 경향이 더 확연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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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추계에 따르면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먼저 보여줄 곳은 전라남도다. 전남은 이미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한 지역이다. 2040년이 되면 지금도 전국 최고령(43.3세)인 전남의 중위연령(나이 순으로 인구를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연령)은 60.2세로 높아진다. 환갑이 돼도 겨우 중간 나이에 턱걸이하는 셈이다. 전남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인근 광주광역시로 빠져나가면서 인구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 결과 2040년엔 전남지역 생산가능인구보다 부양받아야 할 인구(유소년과 노인)가 더 많아진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이 지역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88.8명과 어린이 20.1명을 돌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매우 암담한 전망이다.

 전남은 또 강원도와 함께 2012년부터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질 걸로 분석됐다. 이른바 ‘마이너스 자연증가(사망-출생)’다. 이런 현상은 2013년엔 경북, 2015년엔 전북, 2018년엔 부산으로 번져나갈 예정이다. 2034년께 되면 전국 16개 모든 시·도에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진다. 전남 못지않게 부산·대구도 인구 감소가 발등의 불이다. 통계청은 2015년 이후 전남·부산·대구의 인구가 해마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015~2020년엔 경북과 전북, 2020~2025년엔 광주와 울산도 인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2040년이 되면 ‘세종시 효과’가 있는 충남을 뺀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한다.

 대도시 중 유독 부산과 대구의 인구가 주는 건 인구이동 탓이 크다. 울산이나 창원 등 인근 공업 도시로 젊은이들을 뺏기고 있는 것이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부산과 대구는 일찍부터 부흥했던 곳인데 최근 산업기반이 울산·창원 등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인구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서울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현상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부산, 대구에서 보듯이 대도시도 인구 감소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자체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부담이 크게 늘어날 노인 복지정책은 미리 줄여나가고 젊은이를 끌어들일 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간 나이(중위 연령)=전체 인구를 나이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 고령화 정도를 알아보는 지표로 쓰인다. 한국의 중간 나이는 1980년 21.8세, 2010년 37.9세에서 2040년엔 52.6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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