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병현이 다툽니다, 몸에 맞히는 공 1·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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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찬호(左), 김병현(右)

야구는 어디서나 똑같은 야구다. 하지만 나라마다 관습과 문화의 미묘한 차이는 있다. 해외에서만 뛰다 올 시즌 한국무대로 온 박찬호(39·한화)와 김병현(33·넥센)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로 미국에서 뛴 두 선수는 국내 투수들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타자 몸쪽을 과감히 공략하며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몸에 맞는 공 기록을 보면 박찬호와 김병현의 몸쪽 공략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김병현은 26일 현재 몸에 맞는 공이 9개로 리그 1위다. 올 시즌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박찬호도 최근 5경기 연속 몸에 맞는 공을 내주는 등 7개로 김진우(KIA)와 함께 공동 2위다.

 김병현과 박찬호가 몸에 맞는 공이 많은 것에 대해 야구 전문가들은 결정구로 몸쪽 승부를 즐기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기질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병현은 플로리다 소속으로 뛰던 2007년 내셔널리그 몸에 맞는 공 1위(16개)였다. 이 중 13개가 왼손 타자를 맞혔다. 오버핸드 투수보다 왼손 타자에게 약점이 있다고 평가받는 언더핸드 투수여서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더욱 적극적으로 몸쪽 승부를 펼친 것이다. 박찬호 역시 LA 다저스에서 뛰던 2001년 내셔널리그 몸에 맞는 공 1위(20개)였다.

 똑같이 보크 논란을 일으킨 점 역시 한국과 미국 야구의 차이 때문이다. 박찬호는 지난달 5일 대구 삼성전에서 4회 말 1사 2·3루에서 감상수 타석 때 투구판에 발을 딛고 있는 상태에서 공을 놓쳐 보크 판정을 받았다. 당시 박찬호는 “정확한 규정을 알고 싶다”고 항의했다. 결국 최규순 구심으로부터 “주자가 누상에 있는 인플레이 상황이었다. 투수판을 밟으면 무조건 투구동작으로 간주한다”는 설명을 듣고 보크를 인정했다.

 김병현도 26일 목동 두산전에서 3회 초 무사 1루에서 최주환 타석 때 주자 고영민을 수시로 견제했다. 이때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병현이 세트 포지션에서 축이 되는 오른발을 투구판에서 살짝 떼었다 다시 밟고 던지는데, 이는 주자를 현혹하고 견제 시 타이밍을 뺏을 여지가 있기에 보크라고 주장했다. 심판진은 김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기심으로 있던 최규순 심판원은 “두산 측 항의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김병현이 발을 살짝 떼었다가 다시 투구판을 딛고 던지는 것은 일관성 있는 습관이라 보크라고 보기 어렵다. 발을 떼는 높이가 눈에 띌 정도면 보크로 지적할 수는 있다”고 했다.

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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