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스마트폰의 인권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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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

요즘 스마트폰이 대세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정보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잊고 산다. 스마트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누적하고 있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누적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소비성향과 행동패턴, 그리고 거의 모든 활동을 파악할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만 2011년 12월 이미 50만 개를 넘어섰고, 구글 플레이에 100억 개 이상 다운로드됐다.

 전 세계적으로 다운로드되는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은 아무런 서비스 약관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지침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80% 이상을 점하는 구글과 애플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해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어떤 책임도, 보증도 지지 않는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다. 구글과 애플에서 제공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그러한 약관과 개인정보 정책에 대해 동의함으로써 설치할 수 있을 뿐이다. 제공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으며 부분적인 선택권도 부여하지 않는다.

 일단 설치된 후에는 자신의 개인정보 수집 범위와 가공, 보관 등에 이르는 모든 권한이 애플리케이션 사업자에게 이전된다. 사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단이 전혀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집되고 보관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보관 기관이나 폐기 기간도 없다. 과연 지속적으로 수년간 누적되는 그 많은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이 서비스 제공과 대금결제에 필요한 것인가? 대부분 마케팅과 광고에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닌가 의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개인정보의 활용은 불가피하고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이렇게 체계적으로 대규모로 수집되는 개인의 소비 및 이용행태 정보는 빅데이터(big data)로서 스마트 시대에 이구동성으로 미래산업동력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인 빅데이터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비추어 불법적이고, 국제적 규범에서도 비윤리적으로 수집되고 관리된 것이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기본권으로 하는 권리장전(bill of right)이나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시급한 이유다.

 세계적 정보강국인 우리나라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86% 이상을 외국 서비스사업자가 점하고 있을 정도로 개인정보의 국제적 이동, 아니 초국적인 이용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개인정보 국제이동 논의나 최근의 정보통신기술(ICT) 교역 협상 등은 국제사회가 개인정보의 국제적 활용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는 스마트 시대에 개인정보의 초국적인 이용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의 초국적인 보호가 시급한 과제다.

 27~29일 3일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아셈(ASEM) 인권세미나는 국제사회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셈 인권 세미나는 총 48개국에서 130여 명이 참석하는 아시아·유럽 최대 규모의 세미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하는 이 행사에서는 처음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인권’을 의제로 다루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에 대항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는 어떤 것들인지 등을 논의한다.

 이번 세미나가 스마트 시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정보인권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보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