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 은행행 낙하산 인사 관행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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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을 조기 정상화한 뒤 민영화를 서둘러야 할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정부와 유관기관 인사들이 퇴직한 뒤 자리를 옮기는 '낙하산 인사' 가 여전하다.

지난 5일 금융 지주회사 편입 은행의 주총에서 재경부 출신인 박진규 홍콩 재경관이 한빛은행 감사로, 양동혁 금융감독원 국장이 광주은행 감사에 선임됐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적체된 정부 인사를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했다" 고 말했다.

아직 주총이 열리지 않았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은행 감사에는 김상우 금감원 부원장보가 내정됐고, 한국은행 출자로 사실상 공적자금이 들어간 외환은행 감사에는 하평완 한국은행 은행국장이 추천됐다.

현재 상근 감사가 없는 서울.제일은행을 제외한 9개 시중은행 중 재경부와 금감원, 한은에서 퇴직해 바로 감사로 간 경우가 일곱곳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재경부장관이 임명권을 갖는 국책은행 감사 자리는 오래 전부터 물러나는 재경부 관료 차지였다" 면서 "공적자금 투입 은행이라지만 이렇게 시중은행까지 차고 들어오면 곤란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에서 쌓은 경험을 은행에서 잘 활용할 수 있다" 며 "단지 정부와 감독기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금융기관 임원을 맡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차별"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할 시기에 정부기관 인사가 퇴직한 뒤 검증없이 은행장이나 감사로 이동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박사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지속되면 정부의 감독기능과 은행 자체의 내부통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이라며 "감독기관 출신은 퇴직한 뒤 일정기간은 관련 금융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편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정부 주도 금융 지주회사 최고경영자가 건전성과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해 교체하겠다" 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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