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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로야구] 골이 깊은 프로-아마 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16일, 도쿄도(都)의 한 호텔에 대학야구 감독들이 200명이나 모였다. 이 날의 주역 요미우리의 나가시마감독이 강연을 한다고 해서 전국 각학교의 감독들이 모인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나가시마감독은 "올림픽, 프로-아마문제, 드래프트제도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 발언하겠다”고 말해, 프로와 아마의 중재 역할을 한다고 다짐했다. 고작 대학야구감독 모임에 참가했다고 해서 큰일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일본야구계에서는 큰 사건임에 틀림없다.

일본야구는 '국민의 스포츠'라는 문구와 달리, 그 체제에 있어서는 '프로야구' vs '아마야구'라는 대립이 너무 심해 지금까지 서로 손을 잡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프로와 아마의 갈등의 계기는 1961년의 '야나가와 사건'으로 되돌아간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다. 당시 주니치는 시즌 중반에 사회인야구의 강타자 야나가와와 계약을 맺었다. 사회인야구측은 '부정한 거래'라며 반발했다.

그때까지 받아들이고 있었던 프로 은퇴자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게 하고, 나아가 프로선수로 인한 기술지도 등을 일제히 금지시켰다. 이 때부터 프로와 아마의 갈등은 계속 이어져 왔는데, 지금은 그나마 많이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갈등은 존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프로-아마 양측이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차출을 둘러싼 잡음을 들 수 있다. 당시 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의 참가가 인정되었으나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를 비롯한 일부구단은 리그전을 우선시하고 프로의 보조가 맞지 않아서 결국 희망사항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결과 마쓰자카나 나카무라등 일류선수가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감없는 일본팀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메달획득에도 실패했다.

또하나 양측의 마찰은 야나가와 사건 이후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를 가르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발전한다. 설령 자신의 아들이라 해도, 기술지도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유능한 지도자 밑에서 야구를 배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강한 정신력을 중시한 야구가 계속되어 온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야구를 가르치는 사람은 당연히 학교 선생님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도 기술이 있어도 '위에서 밑으로' 가르치는 스타일은 존재하고 거기에 복종하는 것이 야구라는 잘못된 인식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자기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하는 야구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런 프로와 아마의 갈등이 생기게 된 것은 위에 설명한 야나가와 사건 이외에도 1994년까지 일본 야구를 통괄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프로야구는 프로야구 이익을 위해서, 사회인야구는 역시 사회인야구 이익을 위해서, 또 대학야구·고교야구 등 모두가 각자 나름대로 '야구란…'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존재해 온 것이다. 이것이 겨우 1994년이 되서야 전일본야구기구라는 조직이 탄생해서 해결점을 향하고 있고 대립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의 갈등이 너무 심해 아직도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야구계는 축구계를 통해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인기면에서는 야구가 압도적이지만 조직면에서는 축구계가 몇단계나 앞서고 있다.

J리그는 출범당시부터 '백년구상'이라는 오랜 목표를 가지고 출범했다. 이 구상에 따라 J리그 1부 구단을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청소년 육성에도 힘을 쓰고 있고, 그것 뿐만 아니라 지도자 육성에도 힘을 쓰고 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도 따야 한다. 그리고 J리그는 이런 이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하고 이미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야구계도 점점 각 야구단이 자신만의 이익을 중시할 수 없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팬들의 이탈, 일본프로야구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센트럴리그의 거대화 등등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위에서 말했듯이 나가시마 감독이 아마추어를 찾아간다든가, 요미우리 오너 와타나베씨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프로도 적극적으로 참가한다든가, 그때는 나가시마 감독을 세운다든가, 여러가지 프로와 아마의 보조가 일체화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야구도 이제 축구처럼 지역을 토대로 한 야구, 인생교육의 일환으로서의 야구, 정신력을 중시한 야구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즐거운 야구를 추구하면서 가야될 시기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앞으로 더 프로와 아마가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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