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제역 넘어올라" 유럽대륙 방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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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E병(소해면상 뇌증.일명 광우병)에 이어 영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유럽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유럽 국민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중서부 루아르 지방 검역당국은 3일 구제역 감염으로 의심되는 양 24마리가 발견돼 격리조치와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양들은 1차 검사결과 음성반응을 보였으나 최종 결과는 5일 이후에나 밝혀질 예정이다.

벨기에 정부도 이날 북서부 딕스뮈드 지방의 양돈장에서 최근 영국에서 수입한 돼지 75마리 중 세마리가 구제역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돼지들 역시 1차 조사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정부는 최종 결과를 조만간 발표키로 했다.

터키 정부는 2일 아나톨리야 중부지방의 4개 마을에서 구제역이 발견됐다고 밝혔으나 영국 구제역과의 관련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가축이나 사람.농기구 접촉으로 퍼질 수 있으며 바람을 타고도 3백㎞나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럽대륙이 공포에 떨고 있다.

시민들은 과연 어떤 것이 안전한 먹거리인지를 확신하지 못해 공포심에 젖어 있고 각국 정부는 자국 가축산업에 미치는 여파 및 국민보건 문제 때문에 구제역 상륙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농업대국 중 하나인 프랑스는 영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모든 차량의 소독작업 의무화를 명령하고 영국과 아일랜드산 육류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 벨기에산 가축의 국경통과와 국내 가축 이동을 전면금지했다.

아일랜드는 군병력까지 동원해 북아일랜드와의 국경에서 검역작업을 크게 강화했으며 오스트리아는 자국민에게 불필요한 영국 여행을 자제하도록 호소했다. 포르투갈은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컵 축구경기 관람을 위해 입국하는 영국인 전원에게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구제역은 워낙 전염성이 강한 데다 소에만 주로 발병하는 BSE병과 달리 소.돼지.말.양.염소 등 발굽이 갈라진 모든 가축에서 발병할 수 있어 각국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영국은 3일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북부 더럼주 등에서 여덟건의 감염사실이 추가 확인돼 총 발생건수가 48건이 됐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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